가스프롬 등 메이저 5곳에 10억달러 상당 처분 지시
루블화는 한때 또 최저치로 "투자부적격 등급될 수도"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며 환율 방어에 전전긍긍하는 러시아가 메이저 국영 수출기업 5곳에 보유 외화를 매각하라고 지시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3일 보도했다. 해당 기업에는 가스프롬, 로스네프트, 자루베즈네프트 등 에너지 업체 3곳과 알로사, 크리스탈 등 다이아몬드 업체 2곳이다. 이 기업들은 내년 3월 1일까지 달러 등 외화 보유량을 지난 10월 1일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 기업이 외화를 정확히 얼마나 처분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은 5개 기업이 앞으로 총 10억달러(1조1,000억원)를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자본 통제에 해당하며 은행을 대상으로도 조만간 같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또 중앙은행이 지난주부터 주요 국영은행에 감독관을 보내 외환거래를 감시하고 있다고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이 전했다. 은행들이 예금인출 사태로 파산 위기에 놓일 경우에 대비해 예금보험공사(DIA)의 기금을 늘리는 방안도 마련됐다. 러시아 하원은 이날 DIA의 기금을 1조 루블(18조원) 추가해 기존의 11배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러시아가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루블화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달러당 52.88루블을 기록하며 지난 8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져 여전히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다. 게다가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향후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하향조정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S&P는 “러시아의 통화유연성과 최근 경기악화가 금융시스템에 미친 충격에 대해 재평가하고 있다”며 현재 ‘BBB-’인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90일 안에 내릴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분석을 인용해 현재 배럴당 60달러 안팎인 유가 추세가 앞으로 1년간 이어질 경우 2013년 1,740억달러이던 러시아의 원유 수출액이 내년에는 95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는 러시아 총수출액의 68%를 차지한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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