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전 등단 꿈 이뤄 기뻐… 연애편지에서 영감 얻은 시”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작 ‘동그라미 사랑’의 최우철씨
“서른 전에 등단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루다니….”
후하게 쳐도 스무 살로 보이는 앳된 청년의 눈에서 빛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추위를 뚫고 온 터라 발간 볼은 더 붉게 상기됐다.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자 최우철(28)씨다. 당선작 ‘동그라미 사랑’으로 그는 비로소 시인이 됐다. 동그란 사랑이 가족들에게 굴러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다시 나에게 온다는 내용이다.
가족의 사랑을 노래했지만, 영감은 손으로 연애편지를 쓰다 얻었다. “여자친구한테 쓴 편지에 ‘동그라미가 비탈에서 아무 노력 없이도 끌려서 내려가듯이 너를 향한 사랑과 끌림도 그렇다’는 대목이 있었어요. 적고 보니 사실 모든 사랑이 그럴 텐데, 이걸로 동시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사랑의 속성과 ‘사랑’을 말할 때 혀의 모양을 연결 지은 시다. “동글” 같은 단어로 운율을 살렸다. 당선작의 “‘사랑’ 이라고 발음하자 입안에 혀가 어느새 동글”이 이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구절이다.
시를 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고교 때부터 했다. 최씨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입시에 투자하는 청소년기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경기 안양예고에 진학했다. 대학도 문학특기자로 입학, 졸업했다.
고교 때부터 습작처럼 시를 쓰기 시작하다 동시로 바꾼 건 올해 들어서다. “할머니도 제가 쓴 동시를 좋아하시는 걸 보고, 동시야 말로 쉬우면서도 모든 연령의 공감을 얻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썼던 시 50~60편을 동시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해 새로운 시들을 써나갔다. ‘동그라미 사랑’은 올해 쓴 시를 다듬고 다듬은 것이다.
당선 전까지 최씨는 주위에 자신을 “카페 창업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만, 시로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요. 밥벌이할 일이 있는 게 시를 더 오래 쓰는 길이겠다 싶어서 카페를 차리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돈 되는 글’도 써봤다. 대중가요 작사다. 하지만 으레 주문에 맞춰 써내야 하는 작사는 ‘공장형 작업’처럼 느껴졌다.
신춘문예로 등단하게 된 최씨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아동 애니메이션 일을 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동시 그림집을 내는 거다.
“동시를 쓸 때만큼은 어린아이가 돼야 해요. 그 몰입이 참 설렙니다. 그 느낌을 잊지 않고 따뜻함을 주는 동시를 쓰고 싶어요.”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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