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전산사업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권추심업체인 고려신용정보 윤의국(65ㆍ구속기소) 회장 측으로부터 8,000만원 가량이 임영록(59) 전 KB금융지주 회장에게 건너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3일 임 전 회장을 소환해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으며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받은 돈이 고문료 성격이어서 처벌이 가능한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이날 오전 임 전 회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밤 늦게까지 조사했다. 임 전 회장은 KB금융그룹의 인터넷 전자등기 시스템 사업과 관련해 올해 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L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임 전 회장을 상대로 윤 회장의 ‘1억원 주식 로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회장은 검찰에서 “(L사가) 선정되면 임 전 회장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L사 주식 1억여원어치를 넘기겠다고 약속했다”고 진술했다. 윤 회장과 고려신용정보는 지난해 각각 6.22%, 4.04%의 L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검찰은 주식이 실제로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윤 회장이 사업자 선정 청탁로비용으로 준비했던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임 전 회장이) 보관하고 있으라 해서 가지고 있었다”는 윤 회장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 전 회장은 이날 검찰에서 “사업자 선정과 주식은 무관하며 (윤 회장이)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며 엇갈린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임 전 회장이 2008년 2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2차관에서 물러난 이후 윤 회장 측으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씩 총 8,000만원 상당의 돈을 고문료 형식으로 받은 단서도 포착하고, 돈이 오간 경위를 자세히 캐물었다. 임 전 회장은 2010년 8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된 후에는 돈을 받지 않았다.
검찰은 공직자윤리법을 피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와 직접적인 업무연관성이 없는 고려신용정보의 계열사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아닌지, 그렇다면 고문료가 아닌 다른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닌지 등을 의심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고문료 지급 시기와 전자등기 시스템 사업자 선정 시점 사이 시간차를 생각할 때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할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임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순수한 목적의 고문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회장을 상대로 통신인프라고도화(IPT) 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는 목적으로 사업자 선정기준이나 배점을 바꾸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도 확인했다. 검찰은 앞서 IPT 사업에 주사업자로 선정된 KT가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 개입해 6,000여만원을 납품업체로부터 받고, 경쟁업체의 정보가 담긴 내부 기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김재열(45) 전 KB금융지주 전무를 구속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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