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했다" 7명, "잘했다" 5명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호평
"정책 구체성ㆍ실효성 떨어지고
재정정책 타이밍 어긋나" 지적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7월 16일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일성은 거침 없었다. 성장론자답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최경환 경제팀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은 부진한 모습이다.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5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부작용에 대한 경고음은 점점 커진다.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3일 한국일보가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한국 경제의 핵심 키워드였던 ‘초이노믹스’에 대한 평가를 들어본 결과, ‘(매우ㆍ다소)못했다’는 응답이 7명으로, ‘(다소)잘했다’고 답한 사람(5명) 보다 많았다. 특히 ‘매우 못했다’는 냉혹한 답변도 3명이나 됐다.
경기회복 기대심리 개선
전문가들은 최경환 경제팀의 잘한 점으로 ‘적극적인 대응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를 개선한 점’(10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인식을 경제주체들에게 심어줌으로써 다소 위축됐던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팀이 현 상황을 경기침체가 고착화된 시기라는 걸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고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부양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정책 중에선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5명)에 대한 긍정적인 평이 많았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가계의 소득 감소와 그로 인한 소비 부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의 일정 규모를 투자나 임금증가, 배당에 쓰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두고 “소득분배와 고용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장하성 고려대 교수), “회복을 견인할 기업에서 실마리를 찾아”(박진 KDI 교수) 등의 호평이 나왔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대책(2명)도 언급됐는데, 재건축 연한을 10년 단축하고 청약가점제 순위 규정을 완화한 ‘9ㆍ1대책’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2015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기점으로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전환(2명)하는 최근 흐름 역시 “내수부양 정책의 한계를 빨리 인식했다”(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노동시장에 초점을 맞춰 고무적”(변양규 실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책의 실효성 낮고 가계부채 급증 우려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진 점은 가장 큰 문제(4명)로 지적됐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정부가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했어야 한다”고 꼬집었고,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좀 더 정교하게 고안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 위험성(4명)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대출 문턱을 낮추자 사람들은 집을 사기 보다 다른 투자처를 찾는 등 목표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두면 부채의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올 3분기(7~9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증가액(13조9,000억원)에 이미 육박한 상황이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은 “재정정책이 경기 저점이 아닌 회복 국면에서 시행돼, 내수 부진이 생각만큼 개선되지 못했다”며 어긋난 정책 타이밍을 문제점으로 지적했고,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경제의 근본체력인 체질개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밝혔다. 이밖에 ‘경제 주체들에 대한 심리개선 미흡’(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책우선순위설정 실패’(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과거 정책 답습’(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등도 거론됐다.
최경환 경제팀은 성장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내년엔 구조개혁의 고삐를 본격적으로 당길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 등을 놓고 삐걱거리는 등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내년 초이노믹스의 재도약을 두고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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