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종북은 도태됐다. 위험도 없다. 남은 건 들씌울 누명뿐이다. 공포가 린치를 부른다. 무능하고 마녀도 아닌 당을 극우 사법이 죽였다. 사냥 감시견이 외려 주구 짓을 한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 듯하다.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국면을 탈출하기에 이보다 더한 호재는 없기 때문이다. (…) 종북세력 척결 명분은 보수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다. (…) 통진당 해산을 기점으로 빼앗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되찾고 집권 3년 차의 드라이브를 거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할 법도 하다. 음모론적 시각을 좀 더 확대한다면 헌재가 결정을 내린 시점도 석연치 않아 보인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심판에 걸린 시간은 1년이 채 안 된다. 헌재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은 나오지도 않았다. (…) 뭐가 그리 급했던 걸까. 헌재가 내놓은 법리적 논거를 보면 의구심이 더욱 짙어진다. 통진당은 민족해방(NL)계열이 다수다→이들의 과거 활동을 보면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했다→따라서 통진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게 논리의 얼개다. (…) 각 단계를 연결하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가설과 억측, 주관적 판단과 논리 비약이 넘쳐난다. (…)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필요한 글과 발언만 가져와 끼워 맞췄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 헌재 결정으로 현 정권은 당장의 정치적 이득을 얻었을지 몰라도 우리 사회는 더 많은 것을 잃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는 정당을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한때 국민의 10%의 지지를 받은 공당이다. 헌재 결정으로 적지 않은 유권자가 정당의 자유,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 받게 된 것이다. 사회 전반의 우경화 가능성과 함께 ‘종북몰이’가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지도 심히 우려된다. 당국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반대 세력에 종북 딱지를 붙이고 공안정국을 조성할 개연성이 높다. (…) 당장 보수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통진당 전체 당원 10만 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고발장을 받자마자 수사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사회 전반에 걸쳐 진보적 목소리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 진보가 부정되고 위축된 사회는 활력이 사라지고 퇴행적이 된다. 진보가 제대로 설 때 그와 경쟁하는 합리적 보수도 함께 설 수 있다.”
-통진당 해산 잃은 게 더 많다(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결정의 내용 못지않게 그 타이밍이 중요했다. 북한의 대남 자세는 김정은 체제 3년을 계기로 더욱 방자해졌고 우리 사회는 대북문제에서 점차 끈이 풀리는 듯한 현상을 보이고 있던 차에 헌재의 결정은 남북 모두에 경각심과 경계심을 던져준 사건이었다. 김정은 체제는 이제 국지적 무력 도발의 차원을 넘어 사이버전(戰)에서 우리의 기간(基幹)을 파괴하려 하는 데까지 치닫고 있다. (…) 북한은 유엔이 북한의 인권 탄압을 정면으로 제재하려 나서자 핵실험 위협 등 극단적인 수단으로 저항하고 있어 북한은 명실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로도 전이(轉移)되고 있다. 친북(親北)ㆍ종북(從北) 세력은 공공연하게 지상(地上)으로 부상해 여기저기서 우리 체제를 시험하고 있다. 지하에 머물렀던 통진당 등 종북 집단이 우리 헌법기관에 진출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이석기 일당은 체제 전복의 활동을 표면화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대북문제에서 수용적이거나 후진적이거나 피곤함을 느끼면서 북한에 관련된 끈을 늦추거나 풀어주는 추세에 있고, 북한은 이것을 극도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바로 이런 국내적 분위기에서 나왔다. 국민에게 북한에 대한 느슨한 대응을 경계하는 알람벨 같은 것이며, 우리 체제를 깔보고 덤벼드는 종북 세력에 울리는 경종이다. (…) 미국도 나라의 안보를 해치는 일이면 고문도 하고, 도청도 하고, 추방도 한다. 그것을 국민이 용납한다. 우리는 분단된 채 이념적 대치 상황에 있는데도 관련자를 고문했다 하면 정권이 넘어가고, 도청했다 하면 정치가 마비되는 나라다. (…) 엄중한 국내외적 상황으로부터 눈을 청와대 쪽으로 돌리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세상은 어렵게 돌아가는데 우리 권부(權府)는 ‘비서들의 싸움’에 휘말려 있고, 사회의 갈등 구조는 조금도 타협의 기미가 없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소통 부재(不在)의 대통령은 ‘집안싸움’을 검찰에 맡기고 자신은 ‘나랏일’에 전념한다며 마이웨이로 가고 있다. (…) 대통령은 빨리 사태를 접고 국민의 관심과 나라의 시선을 전면(前面)으로 돌려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답(答)은 나와 있다. (…) 헌재의 결정으로 모처럼 국민이 내쉬는 안도의 숨소리를 박근혜 대통령은 놓치지 말고 포착해야 한다.”
-‘憲裁(헌재) 결정’이 울려주는 경각심(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김대중 고문)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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