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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편견의 시선 걷히고 가족애와 퍼포먼스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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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편견의 시선 걷히고 가족애와 퍼포먼스에 감동

입력
2014.12.2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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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지났어도 명작의 감동은 그대로였다. 이달 초 재연에 들어간 뮤지컬 ‘라카지’는 2012년 초연 당시 호평 받았던 뭉클한 이야기에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를 더해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라카지’는 20년 넘게 부부로 살아온 게이커플 앨빈과 조지가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겪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앨빈과 조지는 라카지오폴 클럽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평범한(?) 부부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아들이 19번째 여자친구 안느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평범한 일상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안느의 아버지 딩동은 게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극보수주의’ 정치인. 아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앨빈은 서운함을 감춘 채 삼촌으로 위장해 상견례 자리에 참석하지만 장미셀의 생모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엄마로 나서게 된다. 극은 딩동이 게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걷어내는 과정을 통해 모성으로 상징되는 가족애와 성소수자를 대하는 사회의 그릇된 시선을 그린다.

‘라카지’는 198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어워즈 작품상 3회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음에도 한국 정서상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30년 가까이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2012년 비로소 한국 관객과 만나자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작품 속 동성 부부의 모습은 여러 가족들 중 하나로 그려질 뿐 이질감이 들지 않고, 탄탄하게 짜인 스토리에 흥겨운 춤과 노래가 더해져 쇼 뮤지컬의 필수 요소를 제대로 갖춘 작품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올해 ‘라카지’ 역시 큰 틀에서 초연 당시의 감동과 볼거리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좌충우돌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클럽의 쇼가 어우러진 무대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여장을 한 남자 배우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초연 때와 달라진 점도 눈길을 끈다. 연륜이 밴 정성화의 푸근한 엄마상이나 ‘여자보다 예쁜’ 미모가 돋보이는 김다현의 아름다운 엄마상은 여전하지만 새롭게 합류한 이지훈의 젊고 히스테릭한 엄마의 모습은 극에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는다. 딩동 역에 새롭게 캐스팅된 송승환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신 스틸러’ 역할의 정수를 보여준다. 흑조로 분한 라카지 걸들의 군무도 몽환적이면서 세련된 느낌으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올해 쉴새 없이 펼쳐진 여장 남자 뮤지컬을 빠짐 없이 본 관객이라면 소재의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올해 초연한 ‘프리실라’의 형형색색 무대를 경험한 관객에게는 ‘라카지’ 무대가 더 이상 화려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초연 당시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외국뮤지컬상, 남우조연상, 안무상, 앙상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작품은 올해 무대에서도 이지나 연출, 장소영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가 등이 다시 뭉쳤다. 내년 3월 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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