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찰스 '언체인 마이 하트', 비틀스 '위드 어 리틀 헬프...'
자기 노래보다 리메이크 곡으로 인기
폴 매카트니 "내 노래 불러 줘 감사"
‘언체인 마이 하트’ ‘유 아 소 뷰티풀’ 등의 노래로 잘 알려진 영국 가수 조 코커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의 목장에서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0세.
강인하면서도 탁하고 거친 음색으로 유명한 코커는 대서양 양안을 넘나들며 록과 블루스를 노래하던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고 1980년대 팝과 솔로 장르를 확대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자신이 처음 부른 원곡보다는 기존의 노래를 다시 부른 리메이크 곡들로 더 인기를 모았던 독특한 가수였다.
영국 사우스요크셔의 철강도시 셰필드에서 존 로버트 코커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12세 때 친형이 몸 담고 있던 그룹의 공연에서 노래한 것을 시작으로 음악에 빠져 들었다. 열여섯의 나이에 처음 자신의 밴드를 만든 뒤 학교를 그만두고 직업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밴스 아놀드라는 예명으로 ‘밴스 아놀드 앤 디 어벤저스’라는 록 밴드를 이끌며 가스기구 설치기사로 일하던 코커는 1964년 비틀스의 ‘아일 크라이 인스테드’를 리메이크한 싱글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새로 결성한 그룹 ‘그리스 밴드’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중 1968년 솔로 가수로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마이 프렌즈’를 발표했다.
비틀스의 곡을 코커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이 곡은 링고 스타의 밋밋한 목소리와 달리 블루스 록의 열정을 뜨겁게 담아내 원곡보다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그는 1969년 미국에서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불러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 노래는 1980년대 후반 국내에도 방송된 TV 시리즈 ‘케빈은 12살’의 주제가로 쓰여 다시 한번 널리 알려졌다.
1975년 발표한 또 한 곡의 리메이크 ‘유 아 소 뷰티풀’은 빌보드 싱글 차트 5위까지 오르는 성공을 거뒀다. 1982년 제니퍼 원스와 부른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곡 ‘업 웨어 위 빌롱’으론 생애 처음으로 1위에 오르며 그래미상과 아카데미상, 글든글로브상을 휩쓸었다. 레이 찰스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1987년 내놓은 ‘언체인 마이 하트’도 널리 사랑 받았다.
코커는 알코올 중독과 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12년 ‘파이어 잇 업’까지 22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2007년 음악 부문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
코커의 사망 소식에 유명인들의 애도가 줄을 이었다.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는 “코커가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마이 프렌즈’를 솔 장르의 주제가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 대해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원곡을 부른 링고 스타도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란다”고 오랜 친구를 애도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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