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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종강 후 성적평가방식 변경...학생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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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종강 후 성적평가방식 변경...학생들 반발

입력
2014.12.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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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학기부터 상대평가로"

방학 중에 이메일로 통보해 논란

대학구조개혁서 학점 중요해지자

학교 "정원 감축 등 피하려..." 해명

이번 학기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전공과목인 ‘OOO어회화2’ 과목을 수강하고 방학을 맞은 A씨는 22일 오후 10시 학교 측이 보낸 이메일을 받고 당황했다. 이메일에는 2014학년 2학기부터 모든 과목의 성적평가방식을 상대평가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외대는 수업이 원어로 진행되거나 수강생이 20명 미만일 경우 절대평가를 적용해 학점을 부여해왔다. A씨는 “이 과목은 소수 전공인데다 고학년이 듣는 심화 과목이어서 수강생이 4명뿐인데 상대평가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학기 전에 미리 공지한 것도 아니고, 종강한 뒤 평가방식을 바꾼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가 학기가 끝난 12월에 전과목의 성적 처리를 상대평가 방식으로 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한국외대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본부는 22일 총장과 서울ㆍ글로벌 캠퍼스 학생복지처장 명의로 전교생에게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학점 인플레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계절학기를 포함한 2014년 2학기부터 모든 학부 과목의 성적평가를 상대평가로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학점분포가 최근 결정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번 학기에 신속한 대응(성적평가 방식 변경)을 하게 됐다”는 배경 설명도 포함됐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대학구조 개혁평가는 대학을 A(최우수)부터 E(매우 미흡)까지 5단계로 나누어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고, 정부사업 선정, 국가장학금 지원, 학자금 대출 등을 제한한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7개의 새 정량 평가지표를 한국외대의 현황에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교육비 환원율(5점 만점에 3.6점), 성적분포(3점 만점에 1.2점), 장학금 지급율(5점 만점에 4.3점) 3개 항목에서 낮은 점수가 나와 D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D등급을 받으면 하위 그룹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정원 감축을 실시해야 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2학기에 상대평가를 적용하면 1ㆍ2학기 평균 성적분포 지표값이 1.8점으로 올라 D(미흡) 등급이 아닌 C등급(보통)을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결국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때문에 학칙에 따라 시간표를 짜고, 한 학기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평가방식을 바꾼 셈이다.

학교측은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는 것은 올해 초부터 논의됐던 사안”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부적 논의와 교육부 발표가 맞물리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측이 이미 올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내년 1학기부터 수강생이 15명 미만인 수업에 한해 절대평가를 적용하겠다는 지침을 밝힌 바 있다”고 반박했다. 김범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6월부터 6개월 간 학생들과 논의했던 문제를 학교가 한 순간에 바꿔 소급 적용하면 학생들이 어떻게 학교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글로벌캠퍼스 영어통번역학과에 재학중인 최봉수(26)씨는 “언어를 배운다는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전 과목에 상대평가를 적용할 경우 소수인원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도 많은데 상대평가로는 국내 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학생 임모(25)씨도 “학교 특성상 원어수업은 과제 발표가 많고 수준 높은 수업일수록 10명 미만의 수강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며 “안 그래도 학점을 받기가 어려운데 무턱대고 전과목을 상대평가로 바꾸는 건 비합리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국외대 학생들은 이날 임시학생총회를 연 뒤 본관 총장실 앞 복도에서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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