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비해 양적으로도 위축되고 내용 면에서도 다양성과 활기가 줄어든 응모작들을 보면서 두 심사위원의 마음도 그다지 밝지 않았다. 본심에 오른 네 편의 작품에 대한 토론도 길고 무거웠다.
‘도망고양이’는 네 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깔끔하고 정확한 문장, 정교한 구성, 묵직한 반전. 솜씨 좋은 소설가의 작품 같은 이야기였지만 가학적으로 보일 만큼 암울한 세계관이 문제였다. 물론 어두운 동화도 있을 수 있지만, 말하는 방식에는 소설과 다른 동화적인 특성이 보여야 한다.
‘수건이 춤추던 날’은 영리한 의인화와 경쾌한 문장, 따뜻한 주제가 좋았지만 아이들이 동일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약하다는 점, 작년 투고작이 개선 없이 다시 제출됐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뭘 봐’와 ‘물 좀 줘’는 각각 집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겪는 문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집에서 받는 과외 현장을 감시하기 위해 방에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한 엄마와 아들의 갈등을 그린 ‘뭘 봐’는 소재도 문장도 좋았지만 구성이 느슨하고 결말이 허무했다. ‘물 좀 줘’에서는 학교 현장이 상당히 실감나게 그려졌는데 아이들 사이의 왕따, 교사의 무관심이라는 흔한 소재를 담당 아이에게 잊혀 목이 타 들어가는 화분의 시점에서 잡아냄으로써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목마른 화분과 왕따 당하는 아이 사이의 교감 덕분에 이 소재의 상투성은 어느 정도 덜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약간 과하다 싶은 감성, 군데군데 부정확한 문장과 구성상의 허점이 단점이었다.
결국 당선작은 ‘물 좀 줘’로 결정됐다. 물을 바라는 화분의 마음이 보살핌과 우정을 필요로 하는 아이의 심정과 닿는 간절함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목 마른 결정에 단비가 될 수 있는 당선자의 후속 작품들이 내리기를 바란다.
고정욱(아동문학가) 김서정(아동문학평론가ㆍ중앙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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