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기부자의 입장에 서보기로 했다. 비영리단체에 낸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들여다보자는 22일자 본보 기획기사는 여기서 시작됐다. 어떤 단체에 기부하면 좋을지 어떻게 기부해야 하는지 가이드도 제공해볼 요량이었다. 무모한 시도였지만 의미 있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봤다. 시작부터 쉽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는 비영리단체의 역사가 워낙 짧은 탓에 사실상 이들 단체를 검증할 공신력 있는 기관도, 검증 기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공시 의무를 진 단체도 전체의 14%에 불과했고, 공통된 양식조차 없어 공시된 정보도 제멋대로였다.
이에 본보는 비영리기구 공시 전문기구인 한국가이드스타와 함께 2만9,509개 공익법인 중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연 10억원 이상 대중모금을 하는 곳을 추렸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거나 기업ㆍ종교ㆍ병원ㆍ학교법인은 제외시켰다. 그 결과 19개 단체가 남았다. 운영을 잘 한다는 게 아닌 객관적 외부검증이 가능한 곳이 19개란 뜻이었다. 이들 단체의 돈의 쓰임새는 국세청 공시시스템을 통해 들여다봤다. 어린이재단의 경우 사무비, 수익사업비를 제외한 복지사업비만을 총경비 대비 따져본 결과 96.95%를 순수 사업비에 쓴 것으로 나타나 효율성 1위를 차지했다. 인건비만도 상당할 걸로 짐작되지만 공개된 정보로는 그 이상을 알 길이 없었다. 관리비,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순위가 밀리거나, 규모가 작아 검증대상에서 빠진 억울한 단체들도 있다. 이번 조사가 지닌 한계다. 그럼에도 기사가 나간 후 격려와 제보가 많이 들어왔고 인터넷에도 수천 개 리플이 달렸다. “기부금은 그들의 돈이 아닙니다. 단 돈 1원이라도 공개되어야 할 귀중한 돈 입니다”는 생각은 공통됐다. “기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단체들의 질책은 뼈아팠다. 실제로 “이래서 기부를 안 한다”는 안타깝고 과민한 반응이 뒤따랐다. 애초 기사의 취지는 기부를 하되 제대로 알고 하자는 것이었던 터다. 정비되지 않은 관련 법과 제도를 짚지 않고 무작정 이들 단체만 나무랄 수만도 없는 문제다. 그렇지만 “기부할 테니 투명하게 공개하라”“제대로 공개하면 기부자는 많아진다”는 네티즌 의견을 이제는 되새겨 볼 때다. 기자는 내년에도 이런 무모한 짓을 또 해볼 생각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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