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빈방이 들어와 앉는다. 나는 빈 방 안에 닫혀 있다. 닫힌 방은 나를 열어 보지 않는다. 나는 초점이 나간 머릿속을 뒤척인다. 밤새도록 침묵이 휘몰아친다. 침묵은 나를 깨트린다. 나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다. 나는 아무 말도 아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아닌 나는 여기에서부터 다시 발생한다. 다시 눈이 생기고 다시 귀가 생긴다. 다시 어둠이 보이고 다시 어둠이 들린다. 최초의 방식은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어둠에 희석되는 동안 방 안에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고립된 나의 세계와 스스로 자립하려는 세계. 안의 세계와 밖의 세계. 어둠이 무서운 나는 스스로 자립하려는 세계에게 목을 건다. 목은 점점 더 길어지고 점점 더 길어진 목은 점점 더 발끝에 닿아 있다.
그러므로 다시 방 안이다. 방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존재는 누구에게나 존재에 대해 묻는다. 나는 시간을 허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며 나는 방의 안과 겉을 뒤집는 데 몰두한다. 나는 오랫동안 창문을 두드리며 나는 오랫동안 창문을 깨트린다. 아마 신선한 공기와 칼날 같은 빛이 반쯤 잠든 나를 깨울 것이다. 까먹지 않는다면 방은 곧 전개된다.
김행숙 이원 선생님, 황지우 이문재 남진우 선생님, 한국일보사에 헤아릴 수 없을 모든 마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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