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작 중 우수한 부류는 대부분 여성의 작품인 듯했다. 그러나 서로 비슷한 소설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마다 특색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깃털들’은 행복한 가족이란 얼마나 덧없는 순간인가, 죽음의 기습 앞에 가족이란 존재는 얼마나 가벼운가를 일깨운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이야기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남녀 두 인물을 대등한 역할의 초점화자로 삼은 구성이 비경제적인데다가 그 인물 사이의 교감이 부자연스럽다.
‘동물을 키우는 시간’은 고심한 흔적이 많다. 장수풍뎅이에서 피어싱에 이르는 여러 소재를 그 작품 나름의 상징적 우주 속에 배치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독자에게 조립놀이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했다. 작위적인 디자인이 너무 두드러져 가족의 카르마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하는 작중 여성의 열망이 그리 실감 나지 않는다.
‘밤의 맥도날드’는 솜씨가 비범하다. 색깔 튀는 인물 설정, 경쾌하게 전진하는 플롯, 발랄하고 위트 있는 서술 언어 등 여러 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소설 장르의 미덕이 살아 있는 작품인가는 의문이다. 사회적 추락을 겪은 개인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기는 했으나 그들 특유의 진실을 구체화하려는 열정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들의 처지를 이용해서 퍼즐과 스릴이 적당하게 섞인 드라마를 만들려는 의욕이 우세하다. 기본 구조 면에서 사회소설보다 로드무비 대본에 가까운 작품이다.
‘얼룩, 주머니, 수염’은 인물 묘사에서 성공했다. 평범한 사무직 남성인 작중 화자의 여섯 살 연상 애인으로 정신질환자가 아닐까 의심되는 여자, 화자와 같은 연립주택 세입자인 가수 출신의 중년 남자 모두 인상적이다. 어딘가 괴상한 데가 있는 그들의 외모, 발언, 행위는 그들을 독특한 성격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최종적으로 그들의 상처 입은 영혼을 마치 찌르듯이 상기시킨다. 인터넷 카페와 국제공항, 빈티지 상품 시장과 중국인 관광가이드 같은 우리 사회의 태피스트리를 배경으로, 때로는 희극적이고 때로는 감상적인 색조로 그려진 그들의 모습은 비록 소략하기는 하나 우리 시대 약한 인간의 초상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된다. 좋은 의미에서 하루키적 경묘(輕妙)함을 내장한 단편이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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