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출연기관 계약직 직원 채용 압력
의혹 놓고 '시장의 뜻' 말바꾸기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꽂아야지
무슨 이유가 많냐고 질책도 했다"
광주시 산하 출연기관 직원 채용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시체육회 사무처장 P씨가 이번엔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윤장현 광주시장의 비서관이 인사 청탁했던 지원자가 탈락하자 P씨가 직접 출연기관장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시장의 뜻을 거스르면 되겠느냐”고 항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P씨는 지난 17일 언론을 통해 계약직 직원 채용과정에서 윤 시장 비서실 김모 비서관의 인사 청탁을 거부한 A씨에게 “시장의 뜻을 거스르면 되겠느냐. 시장을 잘 모셔야 한다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P씨는 며칠 뒤 또 다른 언론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P씨가 10월 말 김 비서관이 인사 청탁한 지원자가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A씨에게 전화를 해 “위(윤 시장 부인)에서 까라면 까야지…”라며 명령조 어투로 강하게 항의했다는 지난 15일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해명하며 한 말이다. 만약 P씨의 윤 시장 관련 발언이 사실이라면, 실제 인사 청탁을 한 당사자는 윤 시장 부인이 아니라 윤 시장인 셈이 된다.
그러나 A씨의 지인 B씨는 23일 “P씨가 A씨에게 항의 전화할 당시 A씨와 같이 있었는데, P씨가 워낙 큰 소리로 아랫사람을 호통치듯 말해 옆에서도 통화 내용이 그대로 들렸다”며 “당시 P씨가 A씨에게 ‘까라면 까야지’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P씨가 고압적인 목소리로 ‘(김 비서관이 청탁한 지원자의) 지원서에 문제가 있든 어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꽂아야지(합격시켜야지), 무슨 이유가 많냐’며 나무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비서관이 인사 청탁한 지원자는 입사지원서에 이름과 나이, 주소, 키, 몸무게 등 기본 신상정보만 적고 학력사항은 전혀 기재하지 않아 응시자격요건 미달로 탈락됐다. B씨는 또 “P씨가 ‘무조건 위에서 하라면 따라야지 그래야 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P씨는 ‘시장의 뜻을 거스르면 되겠느냐’는 보도 내용이 맞는지 등에 대한 확인 요청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또 한국일보는 P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P씨가 윤 시장의 부인으로 알려진 ‘윗선’의 부담을 줄 수 있는 언론 보도가 확산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그러나 P씨의 발언에 대한 언론 보도만 놓고 보면 P씨가 윤 시장 부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윤 시장을 물고 늘어진 셈이 됐는데,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이런 인사를 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밀어붙인 윤 시장도 참 딱하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