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더 주목 경매ㆍ전시 활발
당시 현실에 침묵했다는 비판엔
이우환 작가 "저항의 의미' 반박
1970년대 화풍인 ‘단색화’가 2014년 하반기 한국 미술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16일 열린 K옥션 경매에서는 단색화가로 분류되는 정상화, 하종현, 박서보, 윤형근 등의 작품 22점이 모두 낙찰됐다. 뒤이은 서울옥션 경매에서도 단색화 12점이 팔렸다. 특이한 점은 이들 작품이 한국보다는 해외 수집가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단색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전시도 늘어났다. 일본에 머물던 미술작가 이우환은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블룸 앤 포 갤러리에서는 9월부터 여섯 명의 단색화가를 소개하는 ‘다방면에서: 단색화와 추상’전이 열렸다. 중국 상하이의 학고재화랑은 20일부터 ‘생성의 자유’전을 통해 중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단색화 전시를 선보였다.
단색화는 그 대응어로 흔히 인용되는 서구 미술의 ‘모노크롬’과 정확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다. 시각적으로 볼 때 한국 단색화는 단순한 흑백이 아니라 어슴푸레한 빛깔을 낸다. 사실 1970년대 작품들을 단색화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 공통성은 색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내는 특정한 방식이다. 작가마다 사용하는 재료는 다양하지만 이들은 집요하게 반복적인 작업으로 화면을 채웠다. 이 반복에 특별한 지시적 의미는 없다. 영어 단어 ‘Dansaekhwa’라는 고유 명칭을 처음 제시한 윤진섭을 비롯한 평론가들은 수행자가 수행하듯 작업한 결과물에 철학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단색화는 ‘한국만의 독자적인 미술 조류’로는 거의 최초로 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 시장에 나와 있는 작품들도 많아서 업계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호재다. 여러 갤러리들은 단색화를 비롯한 원로 추상미술 화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하지만 단색화가들의 작품에서 어떤 시대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다.
짧은 논란도 있었다. 9월 열린 국제갤러리 전시 ‘단색화의 예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우환 작가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1970년대 시대 상황 속에서 단색화는 나름대로 저항적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단색화가들이 사회 현실에 침묵한 채 내면을 바라보는 데 집중했다는 민중미술 진영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었다. 하지만 양 진영의 구분이 흐릿해진 1990년대부터 활동한 미술작가와 평론가들도 이 발언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색화가 현재 세계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기존의 서양 작품들과 무언가 다른 모노크롬’이기 때문이다. 한국미술사를 연구하는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단색화는 근대 한국 미술이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를 냈던 시기의 조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해외에서 발생한 수요에 한국 미술계가 끌려가는 모양새”라며 “단색화의 역사적 의미를 밝혀내는 연구 없이 상업적인 이익에만 안주한다면 단색화 열풍은 한때의 바람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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