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안 전 대법관, 통진당 해산결정에 “무력감”
김희중 대주교와 전수안(62·사법연수원 8기) 전 대법관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간접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 전 대법관은 전날 열린 ‘법조인의 윤리’ 초청 강연에서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방척객의 질문에 “무력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5년, 10년, 요즘엔 더 길어져 15년까지 (사회가) 안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헌재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 전 대법관은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의 동성결혼 소송 관련 경험담을 통해 헌재의 보수성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지인 변호사가 감독의 동성결혼 혼인신고 관련 소송을 맡는다기에 현 민법체계 상 승소가 어렵고 헌재에 위헌법률이라는 주장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까지) 가지 않은 게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전 대법관은 그러나 “‘(사회가 바뀔 때까지)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계속 (사회 변화를) 주장하고 도울 수 있는 한 도와야 한다”며 사회적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법부 역사상 2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당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전 전 대법관은 2012년 7월 퇴임사에서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돼야 한다”며 보수화되는 사법부 구성에 이미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23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이런 재판 결과가 나오리라 상상하지 않았다. 무척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날 광주대교구청에서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에서 헌재의 판결 내용 중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라면 자세하게 살펴봤어야 했다”며 “며칠 지나지 않아 이런 애기가 나오면 누가 신뢰하겠냐”고 밝혔다. 또 “민주국가에서 정당해산은 보통 일이 아니다”며 “야당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대주교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이라며 “이번 결정을 내린 분들이 앞으로 정치적인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애기할지 궁금하다”덧붙였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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