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와 시민단체가 “레고랜드 조성으로 인해 국내 최대 고조선 유적이 사라질 위기”라며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선사유적지를 놓고 보존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논쟁이 또 한번 불 붙고 있다.
역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춘천 중도 고조선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의암호 중도에 추진 중인 레고랜드 공사를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레고랜드 예정부지에서 환호(環壕ㆍ취락의 주위에 일종의 도랑을 파서 돌리는 시설물)를 비롯해 고인돌과 집터, 비파형 동검 등이 다량 출토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강원도와 춘천시는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춘천 중도에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멀린 그룹이 운영하는 레고랜드에는 중도에 어린이 장난감 레고 블럭을 주제로 한 놀이공원에 1,000억 원이 투자된다. 무엇보다 레고랜드는 최문순 강원지사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강원도와 사업자인 LL개발은 지난 7월 다량의 선사유물이 발견되자, 지석묘는 기존 위치에서 테마파크 확장 부지(남쪽)로 이전해 보존키로 했다. 환호는 현 위치에 표시하되 디자인 등 구체적인 표현 방법은 문화재위원회에 자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현재까지 발굴된 유적으로 미루어 볼 때, 중도유적은 행정구역과 주거, 공장, 경작, 무덤구역 등을 별도로 갖춘 고조선시대의 대규모 도시형 마을유적으로 추정된다”며 “개발을 멈추고 ‘고조선 역사 문화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인돌의 경우 한반도 중남부에서 자주 보이는 ‘개석식’뿐만 아니라 최근 진주 등 영남지역에서 나오는 묘역식이 함께 나타나 남만주와 한반도에서 발전한 고인돌 연구에도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보존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단체는 춘천지법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고, 수사기관에 개발 승인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환호 이전 결정 등으로 유물보존에 대한 논란은 이미 일단락됐다는 입장이다. 합리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중도 유적은 문화재청에서 시굴조사와 보존 방식이 결정된 사안으로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무의미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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