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예금 금리 1%대로 '뚝'
은행 저축성 예금 잔고 급감
하반기엔 월 최고 1조원씩 줄어
상가 등 부동산 투자도 늘어
이전까지 저축과 투자는 안정과 수익 사이의 일종의 선택의 문제였다. 하지만 올 들어 1%대까지 떨어진 예금 평균금리는 더 이상 저축을 선택의 영역에서 제외시켰다. ‘쥐꼬리 이자’에 배신 당한 투자자들은 대거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려갔지만 어느 하나 수익을 보장해 주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2014년이 고수익이 보장되는 ‘재테크 성장기’를 지나 선별적 투자가 필요한 ‘재테크 혼란기’에 진입한 한 해였다고, 또 ‘저축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본격적인 ‘생계형 투자의 시대’가 시작된 첫 해였다고 진단했다.
● 엇갈린 투자 성적표
올해 극명하게 갈린 투자상품 별 성적표는 연초 1억원 안팎을 들고 재테크에 나선 여러 투자자들의 수익률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기업 임원 최모(54)씨는 지난해 연말 보너스 등으로 생긴 여유자금 1억원을 올 초 1년 만기의 시중은행 정기예금(연 2.5%)에 들었다. 이번 연말 최씨가 세금(15.4%)를 떼고 손에 쥔 돈은 고작 211만원. 다시 예금에 넣자니 최근 금리는 연초보다 훨씬 떨어진 2.1%에 불과하다. 실망한 최씨는 자금을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두고 투자할 곳을 찾을 생각이다.
예금에 대한 미련을 일찌감치 접고 수익상품으로 눈을 돌린 주부 김현주(45)씨는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연초 코스피200지수 등에 투자해 최초기준가격의 95%이상만 유지하면 6개월 째 조기 상환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1억원을 투자해 불과 반 년 만에 500만원(연 수익률 10%)을 벌었다. 주식형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연초 이후 수익률 21.16%)에 연초 1억원을 투자한 류모(42)씨는 2,000만원 넘는 수익을 거뒀고,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은 ‘신영밸류고배당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 5.28%)에 같은 돈을 넣은 강모(34)씨도 수익이 500만원을 넘었다.
물론 울상을 지은 펀드 투자자들도 많았다. 현대차 주가 급락으로 많은 종목형 ELS 투자자들이 ‘녹인(Knock-inㆍ손실 구간진입) 사태’에 따른 원금 손실을 봤고 올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지난달 말 현재 -1.4%에 머물렀다.
서울에 사는 황모(50)씨는 금융상품보다 부동산에 눈을 돌린 경우다. 그는 올 초 대전에 전용면적 20㎡ 오피스텔을 1억2,000만원을 주고 매입해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에 세를 내줬다. 황씨가 이 돈(보증금을 뺀 1억1,500만원)으로 1년짜리 정기예금에 들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이자(금리 연 2.5% 가정 시 287만원)보다 1년간 월세 수입으로 벌어들이는 이익(480만원ㆍ실투자금 대비 연 수익률 4.17%)이 200만원 가량 더 많았다.
● 증시ㆍ부동산으로 몰려가는 자금
최씨 같은 ‘예금 좌절’ 사례가 늘면서 올 한해 시중 자금은 다만 0.1%포인트라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아 거대한 지각변동을 지속했다. 가계의 은행 저축성 예금은 하반기 들어 매달 5,000억~1조원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면 언제든 인출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은 7월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 자금은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CMA나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투자상품에 대기했다. 올해 1월 41조원에 불과했던 CMA잔고는 11월 말 45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로 늘어났고, MMF에도 올해 30조원이 넘는 금액이 유입됐다. 이승훈 KB금융지주연구소 연구원은 “저금리 여파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상품을 전전하는 자금 부동화 현상이 심화된 한 해였다”고 평했다.
대기하던 자금은 철저히 유행에 따라 움직였다. 기초자산 지수가 일정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5~10% 수익률이 보장되는 ELS나 상장을 앞둔 기업의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상장 후 차익을 노리는 공모주 청약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ELS 발행액(12월 21일 기준)은 지난해(45조여원)보다 44% 증가한 65조원에 달했다. 공모금액이 1조원 안팎이었던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공모 청약에서 청약증거금이 각각 15조원, 30조원씩 몰렸다.
펀드시장 안에서도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의 배당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신영밸류고배당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보다 두 배 이상 자금이 불어나 3조원대 공룡 펀드가 됐다. 현재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에도 올해 3조원 이상 자금이 몰리면서 설정액이 10조를 넘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달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었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은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5% 안팎에 이른다. 오피스텔 투자 열풍으로 서울 송파 강서 마포 마곡 등 역세권과 업무지역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가격과 임대료도 급등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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