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令計劃ㆍ58ㆍ사진) 통일전선공작부장에 대한 조사를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주석에 반기를 들었던 ‘신4인방’은 모두 낙마하게 됐다.
신화통신은 22일 “링지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부주석 겸 통일전선공작부장이 현재 엄중한 기율 위반 등의 혐의로 조직 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 이어 처벌 받을 것으로 거론돼 온 링 부장의 조사가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 당국은 링 부장의 구체적 혐의를 밝히지는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그가 시 주석의 집권에 반대한 신4인방의 일원으로 분류돼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4인방이란 저우 전 서기, 보시라이(博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링 부장 등 네 사람으로, 한때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지만 시 주석의 집권으로 물거품이 됐다. 보 전 서기는 이미 부패 등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저우 전 서기와 쉬 전 부주석도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링?부장의 낙마는 후 전 주석 시절 문고리 권력을 통해 저지른 부패와 비리가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인 보쉰(博訊)은 최근 링 부장이 숨겨놓은 뇌물이 트럭 6대에 나눠 실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체포된 링 부장의 동생 링완청(令完成)이 자백한 산시성의 한 장소에서 황금과 서화, 골동품 등이 쏟아져 나왔다는 게 이 매체의 주장이다. 이에 앞서 링 부장의 형인 링정처(令政策) 산시성 정협 부주석도 지난 6월 체포됐다. 링 부장의 부인 구리핑(谷麗萍) 역시 각종 비리 의혹설이 끊이지 않았다.
한때 최고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까지 넘보던 링 부장이 하루 아침에 몰락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망나니 아들의 교통사고 때문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링 부장의 아들이 2012년3월 베이징(北京)의 한 순환도로에서 10억원대의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를 몰고 광란의 질주를 벌이다 교통 사고를 내고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차량엔 반나체의 여성 2명도 타고 있었고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다는 게 중화권 매체의 보도다. 그러나 당시 경찰과 검찰, 법원 등을 모두 총괄하고 있던 저우 전 서기는 링 부장의 부탁을 받고 이 사건을 은폐했다.
1956년 산시성 핑루(平陸)현에서 태어난 링 부장은 공산주의청년단 중앙선전부장 등을 지낸 뒤 2007년 9월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임명되며 실력자로 부상했다.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을 합친 기능을 갖고 있는 중앙판공청 주임은 최고지도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최고의 실세다.
후 전 주석의 오른팔이었던 링 부장이 낙마하며 시 주석의 반(反)부패 투쟁이 후 전 주석까지 겨누는 것 아니냔 관측도 나온다. 또 일가 비리 축재설이 제기된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다음 호랑이가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링 부장의 낙마로 신4인방에 대한 처리가 마무리된 만큼 시 주석이 당장 전선을 확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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