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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보진영 위기와 기회... 존재감 없는 제1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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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보진영 위기와 기회... 존재감 없는 제1야당

입력
2014.12.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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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한 통합진보당 해산의 파장이 크다. 통진당 또는 당원들에 내재된 종북성 이적성 폭력성과는 별개로, 시급한 체제적 위험이 컸느냐, 법적 강제를 통해야만 했느냐에 대한 진보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 체제의 건강성과 자신감의 허약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황증거를 통한 비약과 이른바 일반화의 오류 등이 뒤섞인 헌재 결정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느냐는 논란을 떠나, 헌법재판관들의 압도적 찬성은 우리 사회의 뚜렷한 보수화와 진보적 사고의 후퇴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이 점에서 이른바 진보진영의 맏형임을 자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이 적지 않다.

사회의 진보방향에 대한 비전 부재, 내부의 파벌, 계파주의, 대북 문제 특히 우리 내부의 종북주의에 대한 미숙한 대응은 결국 옛 민주당과 그 바통을 이어받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 민심 이반과 무관하지 않다. 존재감 없는 제1야당이라는 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세월호 참사 이후 질래야 질 수 없다는 선거에서 패배를 밥 먹듯이 하고도 야당의 내부 혁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1야당의 얄팍한 기득권에 안주해왔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리더십의 부재와 강경파의 지도부 흔들기가 내부 동력을 소진하며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오랜 기간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던 새정치연합이나 야권에게 통진당 해산 결정은 위기이자 기회다. 헌재 결정이 향후 정치지형에 미칠 충격파가 일시적인 걸로 생각해선 오산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통진당의 원내 진출을 이끌었던 과거 야권연대를 거론하며 새정치연합의 원죄적 책임을 따지고 있다. 야당이 단순히 “정당의 자유 훼손 우려”만 외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자세를 취할 일이 아니다. 진보 방향에 대한 좌표의 재정립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선제적이고 개혁적인 조치들이 요구된다. 지금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 이른바 ‘빅3’의 당권 출마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을 빚고 있지만, 침체된 야당, 진보진영의 발전적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새정치연합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생각하더라도 그렇다.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게 지금의 허약한 야당 체질로는 다원적 민주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진보와 보수가 경쟁과 보완, 견제와 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정당정치의 순기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체제적 자신감이 없이는 대북 문제, 통일 문제에서도 실효적이고도 생산적인 제안과 조치가 나올 수 없다. 여야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 견실하게 진보진영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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