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개발 열풍에 LNGㆍLPG선 수출했지만
해양플랜트 수주 급감 '최대 위기'
"유가 향방 오락가락...고민에 빠져"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량의 절반(28척) 가까이를 수주해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습니다만 내년에는 유가가 얼마나 더 떨어지고 언제 오를 지 짐작이 안되니 사업 계획 짜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습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2일 올해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도 느낄 틈 없이 내년에도 이어질 저유가 때문에 막막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올해 조선업계는 기름값이 폭락한 탓에 지난해까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하면서 최대 위기를 겪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밑에 저장된 원유들을 끌어올려 수송하는데 필요한 각종 특수 선박으로 한 척당 수주가격이 일반 선박의 몇 배에 달한다.
현대증권 이상화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상선 발주가 뚝 끊긴데다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글로벌 오일 메이저 회사들이 채굴 단가가 비싸더라도 먼 바다까지 나가 원유 개발에 나서면서 해양플랜트가 인기였다”며 “그러나 국제 유가가 내려가면서 원유 개발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돼 해양플랜트 발주가 주춤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업계 1위 현대중공업(22%)를 비롯해 삼성중공업(67%), 대우조선해양(67%) 등 주요 3사 모두 큰 폭으로 해양플랜트 관련 수주액이 떨어졌다.
대신 국내 빅3는 셰일가스 개발 열풍에 기대어 LNG선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미국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사빈패스, 카메론, 프리포트, 코브 포인트 등 4곳의 셰일가스 수출을 허가하고 2016년부터 수출이 예상되면서 이를 유럽, 아시아로 실어 나르기 위한 LNG선,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가스 운송선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 빅3는 올 한해 40척 가까운 LNG선을 수주하면서 관련 시장을 이끌고 있다. 김연규 한양대 에너지거번너스센터 교수는 “셰일가스를 앞세운 미국의 에너지 시장 공략에 맞서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극 지대의 가스전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쇄빙선과 LNG선을 결합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쇄빙LNG선’을 10척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7월 세계 최초로 셰일가스 부산물로 나오는 에탄올을 운반하기 위한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 6척 수주를 따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수주 협상 진행 중인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LNG로 액화한 뒤 저장, 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부유식액화저장설비(FLSO)등 신개념 고부가 가치 선박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승인 받은 4개 프로젝트 말고도 14개 셰일가스 프로젝트가 대기 중이고 호주와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가 지역의 LNG 개발도 한창”이라며 “해양플랜트에 비하면 수익이 떨어지지만 일본, 중국에 비해 한국 빅3의 기술력이 뛰어나기에 내년에는 LNG선, LPG선이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가가 더 떨어질 경우 셰일가스 열풍도 사그라질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상화 센터장은 “이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유가를 배럴 당 60달러 선에서 전망하고 있지만 얼마나 출렁일지 장담할 수 없다”며 “상승, 하락 중 한 방향의 흐름이 유지된다면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새해 조선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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