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스로 ‘리스크 관리 3종 세트’(가계부채, 기업구조조정, 자본유출입)라 이름 붙인 데서 알 수 있듯, 금융 분야 개혁은 이미 눈 앞에 닥친 위험을 선제적으로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매번 가계부채 대책마다 등장하는 대출구조 전환이 또 첫머리를 장식할 정도로 인식의 엄중함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한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혀온 지 오래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ㆍ대출 규제 완화와 2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은 최근 4개월간 무려 22조원이나 급증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존 단기ㆍ변동금리 대출을 내년에 장기ㆍ고정금리로 집중 전환시키겠다는 게 유일하다. 총 200조원 규모의 단기ㆍ변동금리 대출 중 우선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40조원 가량을 대상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유동화 여력을 활용해 최대 20조원까지 장기ㆍ고정금리 대출로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가 한국에 미치기 전에 최대한 낮은 금리로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 대출로 바꾸는 특판 성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 시중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것은 괜찮은 타이밍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자칫 가계부채에 균열이 커질 경우, 가계 부실이 공공분야(주택금융공사)로 전이되는 통로를 열어놓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지금껏 수치 목표치까지 들이밀며 고정금리 전환을 압박해 온 것의 연장선상일 뿐 새로운 해법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성장의 기로에 선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일본의 산업활력법을 참고해 일반기업이 사업재편을 할 때 절차특례 등을 패키지로 한꺼번에 지원하는 특별법(가칭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을 만들어 신속한 변신을 돕기로 했다. 또 기업 인수ㆍ합병(M&A) 관련 세제도 자산의 포괄적 양도 과세특례 요건을 완화하는 등 방향으로 개선키로 했다.
매년 한시적으로 연장돼 온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대상 채권을 기존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채권으로 넓히고 대상 기업의 신용공여액 한도도 없애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상시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러시아발 신흥국 위기 등으로 내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을 대비해서는 자본유출입 규제를 손보기로 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증권사와 여신전문사(카드사 등)에도 부과하고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완화하며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개편하는 등 기존의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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