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넥센 히어로즈가 포스팅(비공개입찰) 최고금액인 500만 2,015달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며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의 메이저리그 진출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강정호의 행보가 도리타니 다카시(33·한신 타이거스)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닛폰 등 외신들은 일찌감치“강정호의 행선지와 몸값에 따라 도리타니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두 선수가 서로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을 쏟았다. 내야진 보강을 위해 아시아 시장을 바라보는 구단이라면 강정호와 도리타니를 두고 저울질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유격수의 장단점은 뭘까. 그리고 두 선수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선은 어떨까.
일본 "美 진출 강정호가 도리타니의 척도”
강정호와 도리타니는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유격수로, 오른손 강타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타이틀을 제외하면 둘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전체적인 조건에서는 강정호에게 들어갈 금액이 도리타니에 비해 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치는 강정호를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원 소속팀 넥센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FA(자유계약) 신분인 도리타니는 이적료 없이 연봉만 협상하면 이적이 가능하다. 여기에 강정호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도 강정호의 몸값이 더 높게 책정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다. 일본 언론들은 강정호의 거취와 몸값이 도리타니에 참고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포츠호치는 22일 강정호의 포스팅 수용 소식을 전하며“아직 강정호가 입찰 받은 팀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의 입단이 성사될 경우 도리타니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강정호와 도리타니, 무엇이 다른가
강정호와 같은 시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도리타니는 누굴까. 도리타니는 2004년 일본 프로야구 무대 데뷔 후 11시즌 동안 줄곧 한신에서만 뛴 ‘원 클럽 맨’이다. 통산 타율 0.285, 120홈런 677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도리타니는 데뷔 첫해인 2004년 101경기에 출전한 후 2005년부터 올해까지 10시즌 동안 한 시즌도 빠짐없이 14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꾸준함까지 인정받았다. 류현진의 LA다저스행을 성사시킨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다는 점도 믿는 구석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성적은 2006년 데뷔 후 9시즌 동안 통산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을 기록 중인 강정호보다 낮게 매겨진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의 희소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정호의 상대적 가치는 더 높아진다. 원 소속 구단의 자세도 다르다. 넥센은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적극 지원하고 있는 반면 한신은 핵심전력인 도리타니의 유출 방지를 위해 과감한 배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유격수’를 바라보는 ML의 시선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프로야구 무대서 쌓은 강정호의 화려한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많지 않다. 더구나 일본 무대에 비해 한국 프로야구 수준을 월등히 낮게 보는 미국야구의 시각도 강정호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두 선수가 기존 포지션인 유격수로 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 포지션은‘내야 수비의 핵’으로 통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으로 직행한 야수들 중 성공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검증이 되지 않은 아시아 야수들에게 당장 유격수 자리를 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도리타니는 “미국 진출 자체가 중요하다”며 포지션 변경 가능성을 열어놨고, 강정호 역시 21일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야수들에 대한 편견을 깨 놓겠다”고 밝히며 선호 포지션을 ‘유격수’로 한정하지는 않았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높게 사는 둘만의 강점도 존재한다. 강정호는 내야수로서 갖추기 힘든 파괴력을, 도리타니는 미국이 인정하는 ‘일본 리그’에서 올해 타율 0.313을 기록한 정교함이 큰 무기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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