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선수권 선수들 새 공인구 반응
"공 가벼워 수비형 불리" 이구동성
21일 전남 여수에서 막을 내린 국내 최고 권위의 제68회 종합탁구선수권은 ‘공’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20년 전통의 셀룰로이드 공이 사라지고 플라스틱 공이 처음 사용되는 무대였기 때문. 발화성이 있는 셀룰로이드 공은 항공 운반이 불가능하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지난 7월부터 새로운 공을 공식 대회에서 쓰고 있다.
두 공은 타구 감과 소리, 회전과 반발력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재질이 다른 데다가 공의 크기까지 미세하게 바뀐 탓이다. 셀룰로이드 공의 지름은 약 39.7㎜, 플라스틱 공은 약 40.2㎜다. 무게는 평균 2.70g으로 같지만 0.5㎜의 지름 차이가 엄청난 회전 감소로 이어졌다. 이론적으로 라켓과 공이 만나는 방향과 속도가 일정하다고 할 때 볼의 회전은 지름에 반비례한다.
일본의 세계적인 탁구용품사 다마스버터플라이의 니시다 카오루 고문은 이와 관련한 실험 결과를 탁구 전문지 탁구왕국 10월호에 게재했다. 그는 “플라스틱 공을 강하게 쳤을 때 비행 중 기록한 회전 수는 기존의 공에 비해 5% 정도 감소한다”면서 “바운드 한 직후에는 오히려 플라스틱 공이 덜 튄다”고 밝혔다. 국내 탁구 전문지 월간 탁구도 “회전수는 물론 공 튀는 정도가 달라져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종합선수권에서도 선수들은 바뀐 공에 애를 먹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국체전 이후 11월이 돼서야 새 공으로 연습 한 터였다. 그래도 일단은 공격형 선수가 유리하고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수비형 선수가 불리하다는 평가에 대부분 동의했다. 회전이 적게 걸려오니 과감한 스매싱을 구사하는 선수가 득점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수비 전문 선수 주세혁(삼성생명)도 “상대가 친 공에 회전이 많아야 나도 깎아서 회전을 많이 걸 수 있다. 그런데 새 공을 쓰면서 회전수가 뚝 떨어진 게 보인다”며 “예전에는 공이 묵직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가볍다. 남자 선수들의 경우 공이 깎이지 않으면 상대의 강한 힘을 막아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원시원한 공격이 장점인 이상수(삼성생명)은 “공 끝이 죽어 있는 느낌이다. 변화가 심하지 않아 다들 실수가 줄었다”며 “공격적인 선수에게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 단식 우승자 정영식(KDB대우증권)도 “8강에서 (주)세혁이 형을 이겼는데 바뀐 공의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수비형 선수가 조금은 불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새 공에 따른 맞춤형 전략이 조만간 중요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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