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영화에 상영관 몰아주기 CGV 롯데시네마 결국 강제 처벌
CJ E&M이 배급한 영화 ‘광해’ (2012년 9월 개봉)가 1,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역대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CJ CGV가 장장 네 달 동안이나 이 영화에 스크린을 대거 몰아줬던 탓이다. 같은 해 롯데시네마는 흥행성 높은 ‘내 아내의 모든 것’(460만명ㆍ배급사 NEW)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돈의 맛’(누적 관객수 75만명)에 3배나 많은 스크린을 배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횡포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공정위는 자사 계열사인 영화배급사에 부당 특혜를 제공(거래상대방 차별 등)한 CGV와 롯데시네마에 과징금 총 55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두 업체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CGV와 롯데시네마는 2011년부터 올해 4월까지 CJ E&M(CGV)과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시네마)가 만드는 영화에 차별적으로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을 유리하게 제공해 다른 배급사에 피해를 줬다. 가수 비가 주연한 ‘R2B리턴투베이스’가 같은 장르의 비슷한 규모의 영화가 배정받는 스크린 수(140~190개)보다 두 배 가까운 265개를 배정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조사결과 두 업체는 배급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할인권을 발행, 배급사에 피해를 준 것으로도 밝혀졌다. 이와 별도로 CJ E&M은 영화 제작사와 투자계약을 할 때 투자금 7%를 투자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청구할 수 있게 거래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명령을 받았다.
앞서 CGV 등은 지난달 공정위에 자진 시정 기회를 달라며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업체는 처벌 여부와 관계 없이 동의의결 신청 당시 제출한 메이저 배급사 영화의 스크린점유율 제한 등 자진시정 방안을 이행키로 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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