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농심 양강체제에 해태·롯데 도전장
'달콤한 감자칩' 시장 개척…전체 시장 파이 키워
허니버터칩 열풍과 맞물려 국내 감자칩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달콤한 감자칩' 시장이 새롭게 열리면서 허니버터칩뿐 아니라 감자칩 전체 매출이 들썩였다.
허니버터칩을 내놓은 해태제과는 물론 롯데제과도 올해 감자칩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허니버터칩이 등장하기 전, 약 2천억원 규모인 국내 생감자칩 시장을 오리온과 농심이 오랫동안 양분해왔다. 최근 수년 시장 점유율은 오리온 60%, 농심 30% 안팎이다.
농심이 1980년 7월 국내 최초 감자칩이자 현 칩포테토의 전신인 포테토칩을 개발해 생감자칩 시장을 열었다. 이후 1988년 오리온이 포카칩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의 막이 올랐다.
오리온은 출발은 늦었지만 포카칩의 인기에 힘입어 2000년에 농심을 제치고 감자칩 시장 1위로 올라선 뒤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발주자인 오리온에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농심은 2010년 국산 수미감자로 만든 수미칩을 새 감자칩 브랜드로 출시하는 등 꾸준히 1위 탈환을 노려왔다. 감자 수매량 확대와 생산 설비 증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스낵 시장 강자인 롯데와 해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감자칩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매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는 강원도 감자 재배지를 임대해 감자를 생산하며 칩스웰, 현미포테토, 순수깨감자, 감칠라, 포동감자 등 다양한 감자 스낵을 내놨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 롯데는 세계 1위 감자칩의 수입 판매로 노선을 바꿨다. 지난 6월 미국 제과업체 프리토레이의 레이즈(Lay's) 감자칩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면서 다시 감자칩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태도 유독 감자 스낵 시장에서 약했다. 포카칩이나 칩포테토 격의 생감자칩인 생생칩을 비롯해 피자감자칩, 자가비 등이 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쏘야포테칩, 바베큐감자칩, 섹시감자, 오색감자 등 그동안 출시한 수많은 제품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래도 꾸준히 감자칩 시장의 문을 두드리다가 아카시아 벌꿀과 고메버터를 사용해 만든 허니버터칩이 '대박'이 났다.
10∼11월 3대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에서 포카칩, 새우깡 등을 제치고 전체 스낵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해태가 집계한 허니버터칩 누적 매출은 11월 30일 기준 136억원이다.
해태 관계자는 "그동안 감자칩 시장에서 주류가 아니었지만 성장을 지속하는 감자칩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개발에 힘쓰며도전해 허니버터칩으로 결실을 보았다"고 말했다.
허니버터칩이 개척한 달콤한 감자칩 분야가 감자칩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소금으로 간을 한 오리지널 맛을 비롯해 양파맛, 피자맛, 치즈맛, 매콤한맛 등 각양각색의 감자칩이 나왔지만 대부분 짭짤한 맛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허니버터칩이 달콤한 맛을 내세워 감자칩 시장 역사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디저트 열풍에서 시작한 '달콤한 먹거리' 유행과도 잘 맞았다.
소문만 무성하던 '허니버터칩 대항마'도 드디어 나왔다. 농심은 지난 17일 감자칩에 꿀, 머스터드, 파슬리 가루를 곁들인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출시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로 시장 전체 파이도 커지고 있다. 편의점 씨유(CU)에서 작년 같은 달 대비 감자 스낵 매출 신장률은 9월 14.2%, 10월 34.6%, 11월 72.4%였다.
경쟁 제품인 오리온 포카칩과 농심 칩포테토의 지난달 매출도 각각 작년 11월보다 96.8%, 44.3% 증가했다. 두 제품의 9월 매출 신장률은 각각 9.1%, 1.1%에 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달콤한 감자칩 시장이 기존 시장 파이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허니버터칩을 계기로 감자칩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각 업체도 마케팅을 강화해 시장 활성화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