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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한복판, 자동차 공장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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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한복판, 자동차 공장이 살아남는 법

입력
2014.12.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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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째 뿌리내리고 시민과 공존, 매일 차량 1000대 등 생산

소음 절감 위해 생산 차량 철도 운송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 위한 노력"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주도 뮌헨 도심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지하철로 20분 거리에는 럭셔리 자동차 BMW그룹의 본부가 있다. 이곳엔 그룹 본사 건물과 함께 박물관, 전시관 등 복합전시관 ‘BMW벨트’ 그리고 BMW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뮌헨 공장이 있다. 1922년 모터사이클 생산을 위해 지어진 이 곳은 1928년 BMW의 첫 완성차 ‘딕시(DIXIE)’가 만들어지던 곳. 공장 투어 안내 매니저 도미닉 라이혠에더씨는 지난 9일(현지시간) “현재는 매일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인 3시리즈를 포함, 4시리즈까지 차량 1,000대와 6,8,10,12기통 가솔린 엔진, 8기통 디젤엔진, 고성능 M 엔진 1,200개를 생산 중”이라며 “전 세계 BMW공장 중 차량과 엔진을 동시에 만드는 곳은 뮌헨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뮌헨 공장을 살펴보면 가동한지 93년이나 됐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라이혠에더씨는 “전 세계 어떤 공장에 견줘도 손색없는 첨단 친환경 공장”이라고 자신했다. 예를 들어 차체에 색을 입히는 도장공장에서는 물에 녹는 수용성 페인트를 쓰고, 남은 도료는 바람을 불게 해 물이 흐르는 차체 아래로 밀어낸다. 페인트 녹은 물은 정제 과정을 거쳐 재활용한다.

뮌헨공장이 첨단 친환경 공장이 된 것은 BMW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 공장이 들어선 1922년만 해도 이 공장은 뮌헨시 교외에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인구가 늘고 도시가 커지면서 도시 한복판이 됐다. 더구나 공장 바로 옆은 1972년 뮌헨올림픽 때 선수촌으로 쓰였던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 들어섰다. 라이혜에더씨는 “도심이라 환경 관련 규제도 훨씬 많고 까다롭기 때문에 시민들과 대화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으려 한다”며 “시민과 공존을 도모하면서도 친환경차를 만드는 자동차 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뮌헨공장은 소음 줄이기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데, 오후 10시 이후에는 가동을 멈춘다. 생산된 차량의 3분의 2를 트럭보다 소음이 덜 한 기차를 통해 운송한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숙명은 뮌헨공장을 더 똑똑하게 만들게 하고 있다. 뮌헨공장은 자동차 공장으로 특이하게 4층 빌딩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통 자동차 공장이 컨베이어벨트에 따라 수평 작업을 진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색적이다.

라이혠에더씨는 “도심이라 공장 부지를 무작정 넓힐 수 없어 자투리 공간을 없애는 동시에 공정도 물 흐르듯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장 곳곳에는 독특한 모양의 자동화 기기들이 즐비한데, 특히 ‘로터리시스템’이라 불리는 기기가 눈에 띈다. 이 기기는 뮌헨공장에서만 쓰이고 있는데, 큰 기계가 90도, 180도로 돌면서 로봇들이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동시에 최대 4대의 자동차 문을 부착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스키장 곤돌라처럼 거대한 기계 스스로 회전하면서 움직일 수 있게 해 작업자들은 가만히 서서 여러 방향에서 부품을 조립할 수 있다. 라이혠에더씨는 “공장에 부품 보관 공간이 부족해 주문과 동시에 500개 협력업체로부터 즉시 배달 받도록 했다”며 “대신 각 공정마다 평균 걸리는 시간을 58초로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그룹의 뿌리’라 불리는 93년 역사의 독일 뮌헨 BMW공장은 낡은 겉모습과 달리 첨단 친환경 공장으로 손색 없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시민과 공존을 위해 환경 보호, 소음 줄이기 등 그들이 원하는 점을 자주 듣고 이를 현장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로봇을 이용해 물에 녹는 친환경 페인트로 차체 색을 칠한 뒤 바람을 불어 남은 페인트는 물이 흐르는 차체 아래로 내려 가게 하고 이 물은 재활용해 쓴다. 또 이 공장은 820개 넘는 로봇을 이용해 각 공정의 평균 소요시간을‘58초’로 유지하면서도 현장 근무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엄지손가락 보호를 위해 3D프린터로 만든 특수 장갑을 7월부터 제작, 지급할 만큼 근무 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BMW제공
‘BMW그룹의 뿌리’라 불리는 93년 역사의 독일 뮌헨 BMW공장은 낡은 겉모습과 달리 첨단 친환경 공장으로 손색 없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시민과 공존을 위해 환경 보호, 소음 줄이기 등 그들이 원하는 점을 자주 듣고 이를 현장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로봇을 이용해 물에 녹는 친환경 페인트로 차체 색을 칠한 뒤 바람을 불어 남은 페인트는 물이 흐르는 차체 아래로 내려 가게 하고 이 물은 재활용해 쓴다. 또 이 공장은 820개 넘는 로봇을 이용해 각 공정의 평균 소요시간을‘58초’로 유지하면서도 현장 근무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엄지손가락 보호를 위해 3D프린터로 만든 특수 장갑을 7월부터 제작, 지급할 만큼 근무 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BMW제공

현재 뮌헨 공장에서는 약 830대의 크고 작은 로봇을 통해 몸체 조립 파트는 99%, 색을 입히는 도장 파트는 97% 이상의 자동화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불량률은 줄이면서도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하나 뮌헨 공장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려다 자칫 근무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BMW는 올 7월 뮌헨기술대의 도움으로 조립 라인 근무자들이 가장 많이 쓰고, 다치기 쉬운 엄지손가락을 보호하는 특수장갑을 3D프린터로 만든 뒤 지급해 호평을 받고 있다.

도심 한복판 공장임에도 친환경 공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고 이를 실현하는 데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은 좁은 국토에 수많은 공장을 짓고 운영해야 하는 한국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뮌헨=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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