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한 다국적 영화사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정부를 해킹 공격 주체로 단정하고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북한이 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된 뒤 6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될 경우 북ㆍ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싼 한반도 긴장도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19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조사 결과 북한 정부가 이번 해킹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이번 해킹공격은 미국에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면서 북한에‘비례적으로(proportionally)’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금융제재 등과 함께 바로 이 비례적 대응 차원에서 검토 되는 방안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터무니 없다”며 미국에 공동조사를 제안했으나 미국은 일축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전략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해 운용 중이고 3,000명이던 사이버전 인력을 6,000명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09년 청와대와 국회 주요 국가기관 전산망을 마비시킨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지난해 3월 일부 언론사와 금융기관 전산망 공격도 조사결과 북한 소행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북한이 이번 해킹을 ‘평화의 수호자(GOP)’라고 주장하는 의로운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잡아 떼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황이 많다.
북한은 그 같은 사이버 공격이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을 더욱 고립시킨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FBI 발표 이후 우리 정부를 비롯해서 일본,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이 북한을 규탄하고 사이버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동참 의지를 속속 밝히고 있다. 최근 주요 국가들이 사이버전력을 경쟁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북한은 섣부른 공격이 파멸적인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도 ‘비례적’ 수준을 넘는 과잉 대응을 삼갈 필요가 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경우 북한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 가능성을 아예 닫아버릴 수 있는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유엔총회가 자신들의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안보리에 권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서도 핵무력 강화를 거듭 천명하며 핵실험 재개 등을 협박하고 나선 상황이다. 예술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한 나라의 국가지도자를 극단적으로 우롱하는 상업적 작품을 만들어 나라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도 자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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