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당원 등 잇단 고발
"이적단체 여부 먼저 따져봐야"
집회ㆍ시위 대응 싸고도 고심
보수단체들이 통합진보당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뒤이은 공안몰이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10만명에 이르는 당원들에 대해 무작위로 수사에 나설 경우 사회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며 수사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1일 통진당 해산 국민운동본부(위원장 고영주)가 지난 19일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당원 전체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안1부(부장 이현철)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검토가 우선”이라며 “고발 내용 자체가 통진당이 반국가단체이므로 당원 전체가 국보법 위반이라는 것인데, 통진당을 일단 이적단체로 볼 것이냐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가 통진당의 위헌성을 인정해 해산을 결정했다고 해서 바로 이적단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통진당이 이적단체라고 해도, 통진당원 전부를 처벌할 수 있느냐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단순히 이름만 (당원으로) 걸어놓은 사람들도 많을 것 아닌가. 강령에 동의를 한 것인지 또 강령에 따라 활동을 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통진당 해산 국민운동본부는 고발장에서 “통진당이 민주적 기본질서 침해 등의 이유로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만큼, 국보법이 정하는 반국가단체이고 그 당원 전체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들이므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단체 활빈단도 19일 오병윤 통진당 원내대표와 당원 등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경찰 역시 통진당 해산 관련 집회ㆍ시위 대응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이 “엄중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법률에 명시된 금지 범위가 모호한데다 전례도 없어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 20일 한국진보연대가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각각 개최한 ‘민주주의 수호 결의대회’에는 이정희 전 대표와 민병렬 전 최고위원 등 통진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정권 타도와 헌재 결정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지만 경찰과 주최측 간 충돌은 없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5조 1항에는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통진당 이름으로 신고되는 집회는 모두 금지 통고된다. 하지만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문구가 포괄적이어서 가령 통진당이 다른 시민단체 명의로 집회 신고를 한 뒤 지도부나 당원들이 개인자격으로 참석해 발언하는 것도 불법 집회인지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찰은 일단 법에서 ‘표현의 자유’도 보장하고 있는 만큼 집회 목적과 방법, 주요 발언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지 여부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당한 비판과 위법을 구분하는 집시법 기준이 애매한 것은 사실”이라며 “집회가 끝난 뒤라도 발언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