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500만 달러 포스팅 수용
“돈보다는 출전 기회 많은 팀 희망”
넥센 "한국 야수 최초 도전 응원"
분위기는 이미 메이저리거가 된 듯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강정호(27ㆍ넥센)는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아시아 출신 야수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성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도중부터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강정호는 지난 15일 포스팅(비공개 입찰)을 신청했고, 현 소속팀인 넥센은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최고 응찰액을 전달 받았다. 이어 곧바로 넥센은 “최고 응찰액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강정호를 영입하겠다고 제시한 최고 응찰액은 500만2,015달러(약 55억원)이며 구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연봉 협상 절차가 남아 있지만 강정호는 사실상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빅 리그 진출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 셈이다. 그는 “일단 편견을 깨고 싶다”고 강조하면서 “체력적인 면에서도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꾸준히 기회를 준다면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추신수(32ㆍ텍사스), 최희섭(35ㆍKIA) 등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인 타자는 있었지만 국내 프로 무대를 거친 선수는 강정호가 처음이다.
넥센 관계자는 “내부 논의 끝에 대한민국 야수로는 최초의 도전이 되는 이번 포스팅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역대 포스팅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 류현진(27ㆍLA 다저스)의 2,573만7,737달러33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액수다. 야수로 좁히면 아시아에서도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1,313만 달러), 니시오카 쓰요시(533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아울러 올해 포스팅에 나선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이다. 김광현(26ㆍSK)은 샌디에이고의 최고 응찰액 200만 달러를 받아들였지만 연봉 협상에 실패해 계약에 이르지 못했고, 양현종(26ㆍKIA)과 KIA는 턱없이 낮은 포스팅 금액(150만 달러 추정)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정호는 “한국 프로야구 야수 중 최초의 도전이라는 부분에서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흥분, 그리고 많은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면서 “일본 프로야구 내야수들도 성공하지 못했던 도전인 만큼 굳은 마음과 노력으로 꼭 성공하겠다. 많은 야구팬들의 응원과 지지를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타율 3할5푼6리에 유격수 최초의 40홈런을 기록한 강정호는 구단 동의 하에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7년 자격을 채웠다. 강정호는 에이전트인 옥타곤 월드와이드를 통해 30일 동안 메이저리그 구단과 연봉 협상을 진행한다.
외신과 야구계 주변에선 최고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 워싱턴 내셔널스, LA 에인절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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