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관록이 묻은 표정 하나, 몸짓 하나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허허 웃는 것 같지만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고, 능구렁이 아홉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문희만(최민수) 부장검사의 수도 읽어낸다. 정년을 앞둔 유대기 계장은 배우 장항선(67)을 만나 입체감을 얻는다.
잘되는 드라마는 앙상블이 기가 막히기 마련이다.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은 주인공부터 단역까지 캐스팅에서도 멋진 하모니를 낸다. 그 중 유계장 역의 장항선도 빼놓을 수 없다. "존재감이 없어서"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장항선은 '1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라 '10만 시간의 법칙'을 따른 듯한 베테랑 수사관의 모습을 강한 존재감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솔직히 기대한 것보다는 비중이 작아서 좀 아쉬워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야기의 방향상 그럴 수밖에 없죠. 그래도 대본이 너무 좋고 연출을 하는 김진민 PD가 정말 좋아서 촬영을 아주 즐겁게 하고 있어요. 제빵왕 김탁구 때보다 더 행복하게 연기하는 것 같아요. 쪽대본에, 대기 시간이 턱없이 길어도 즐겁고 기쁘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 혁(배우 김혁)에게 듣기를 김 PD가 촬영장에서 직설적으로 팍팍 내지른대요. 그런데 촬영장에서 보면 모든 배우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연기 지도를 해요. 제가 돌아가신 김종학 PD님을 존경하는데, 김진민 PD도 젊은 친구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가 됐어요." 김진민 PD는 모래시계에서 검찰 수수관으로 출연했던 장항선을 떠올려 출연을 제의했다고 알려졌다.
장항선은 "얘기가 나왔으니 최민수 얘기를 좀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최민수를 다시 봤어요. 오만과 편견에 젊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데, 최민수가 그들과 장난도 치고 윽박도 지르면서 너무 잘 어울리는 거라. 애들이 다 따라요. 또 연기 지도도 많이 해주고 있는데 그 지적이 다 옳아요. 최민수가 아주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됐고, 다시 봤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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