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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중국의 10년 장관, 한국의 1년 장관

입력
2014.12.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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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정상을 차지한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최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만났을 때 한 말이다. 샤오미가 창업 4년 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집중했기 때문이란 얘기다.

실제로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고수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다. 레이쥔 회장은 1990년 처음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 회사를 차린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린빈(林斌) 사장도 MS에서 윈도 운영체제(OS) 개발 등에 참여한 뒤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한 바 있다. 샤오미가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독자적인 스마트폰 운영 체제(MIUI)를 개발할 수 있었던 힘의 배경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샤오미가 매주 MIUI의 사용 상 오류를 개선하고 고객들의 의견이나 아이디어 등을 반영, 새 버전을 업그레이드해 내 놓고 있다는 점이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은 “소프트웨어를 일주일마다 수정해 내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실력을 갖추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소프트웨어 강국이 된 중국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어떻게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일까. 2000년부터 꾸준히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써 온 정부의 정책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 국무원은 2000년 ‘소프트웨어와 집적회로 산업 장려 발전에 관한 약간의 정책’(18호 문건)을 발표, 각종 세제ㆍ융자ㆍ인재ㆍ수출 지원 정책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 분야의 부가가치세를 17%에서 3%로 낮춘 데 이어 2003년부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중점 대학 35곳도 선정했다. 이를 통해 매년 한곳에서 200여명씩 모두 연간 7,000여명의 석박사급 소프트웨어 인력이 배출됐다. 10년이 지났으니 이런 전문가만 이미 7만여명이다. 매년 열리는 중국 대학생 소프트웨어 설계 대회에는 500여곳의 대학 2,200여개 단체들이 참여, 경쟁한다. 중국 정부는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를 300만명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펴 왔다. 87년 제정된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으로 개정한 게 2000년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후 15년 가까이 일관된 정책을 펴 온 반면 우린 5년마다 정권이 바뀌고 1년여마다 장관이 교체되며 정책과 조직이 흔들렸다. 실제로 중국의 완강(萬鋼) 과학기술부장(장관)은 2007년부터 7년째 같은 자리다. 그 동안 국가 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에서 시진핑(習近平)으로 바뀌었는데도 과기부장은 그대로다. 우린 관련 부서만 과학기술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 다시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또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나눠지고 합쳐지길 반복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제 값을 쳐 주지 않는 업계 관행 등이 겹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뒷걸음질쳤다.

중국 장관들은 장수한다. 위안구이런(袁貴仁) 교육부장은 2001년 교육부 부부장(차관)이 된 뒤 2009년 부장으로 승진했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업정보화부장도 4년 이상 같은 사람이다. 국가 주석을 10년씩 하는 일당독재 국가의 장관과 대통령 5년 단임제 민주주의 국가의 장관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장관을 오래할 때의 부작용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장관이 바뀌어도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돼야 하는데 우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장관 자리가 논공행상이나 정국 돌파용 개각 희생용이 되는 것도 문제다. 샤오미나 알리바바(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즈푸바오(중국 최대 전자 결제 서비스) 등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잇따른 성공을 보면 그들의 긴 안목이 부럽다. 소프트웨어 인력 10만 양병설이 다시 필요한 때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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