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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성형왕국

입력
2014.12.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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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를 건너 강남에 진입하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성형외과 병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많은 성형외과들의 영업이 가능하다니 놀랍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브이(V)라인, 오뚝 코, 까진 입술, 쌍꺼풀을 만들려는 것일까. 학생들이 방학 때 즐겨 성형을 하고, 면접시험을 대비해 취업 준비생들이 수술을 한다고 한다. 남성들도, 나이 든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성형중독과 수술 부작용에 관한 보도도 흔히 접하게 된다. 영어로, 중국어로 간판을 내걸고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드나드는 것 같다. 값싼 의료비로 최고의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내세우는 관광 상품이라니 어쩐지 좀 민망한 것 같다. 비포ㆍ애프터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지하철 광고를 보면 우리의 천박하고 획일적인 미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기 싫은 상처, 흉터를 제거하거나 오랜 콤플렉스를 교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의학 기술까지 거부하고 조롱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휩쓸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는 몸을 상품화하고, 기계적인 미를 추종하는 미디어의 저질 문화에 중독된 모습을 보여준다. 화면에 비춰지는 연예인의 외모는 환상에 가깝다. 그러한 화려함과 정교함을 쫓기 위해 자기 얼굴에 칼을 댄다는 것은 무지개를 자기 방에 가두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정말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나 대단히 만족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거울 속에는 자신이 집착하는 것만 두드러지게 보일 뿐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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