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질환 아이 낳은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 승소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의 업무 수행으로 인해 아이가 병을 얻은 채 태어났다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며, 태아한테 미치는 영향이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ㆍ의무는 모체에 귀속된다”며 “여성 근로자의 임신 중 업무가 태아의 건강을 손상시켰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은 임신 초기 태아의 건강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업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다음 세대를 건강하게 재생산하지 않고선 국가공동체는 존속할 수 없고, 이런 이유에서 헌법도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를 천명하고 있다”며 “때문에 임신 여성과 태아는 더욱 보호돼야 하고, 산재보험법 해석ㆍ적용에서도 불리하게 차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은 2010년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아이를 각각 출산했는데, 모두 의사로부터 “아이가 태중에 있을 때 심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같은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의료원에서 일하며 임신 초기 산모와 태아에 치명적인 유해약물에 노출되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탓”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 본인의 부상ㆍ질병ㆍ장해ㆍ사망을 뜻한다’는 이유로 기각당하자 소송을 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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