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통진당 소속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했다.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것은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런 만큼 정치ㆍ사회적 파장과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헌법 제8조 4항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재에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돼있다. 따라서 헌재 심판의 대상은 통진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모아졌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 중 8명이 통진당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충실한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민족해방(NL) 계열이 통진당을 주도하고 있고 이들이 핵심강령으로 도입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김일성이 주장한 북한의 건국이념에서 따온 것이라며 통진당의 최종 목적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또한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내란 관련 사건과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등 통진당의 활동이 법치주의와 선거제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폭력과 위계까지 동원돼 민주주의 이념에 반한다고 봤다. 헌재는 이를 근거로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 모두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헌재가 판단 근거로 제시한 논거가 자의적이라고 볼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헌재도 인정했듯이 통진당의 당 강령 어디에도 폭력혁명이나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표현은 없다. 그 동안의 활동으로 미뤄 폭력혁명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식인데, 지나친 확대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이니 ‘유사상황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가정에 근거한 논리 전개도 최고재판소답지 못하다. 무엇보다 통진당 일부 구성원의 혐의를 전체가 그런 것처럼 보고 당 해산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 주장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셈이다.
헌재도 밝혔듯이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헌재 결정은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우리의 불행한 현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헌법적 가치 수호라는 헌재 결정이 거꾸로 민주주의 가치의 침해와 훼손을 가져온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에 대한 선택은 정치적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무시하고 국가가 정당을 해산시키겠다고 나선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불신하고 배제하는 것이 된다. 다원성과 관용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을뿐더러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일 수 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이 가뜩이나 분열된 우리 사회를 보수와 진보 양 진영간의 대립으로 극단적인 갈등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우려된다. 당장 외신들에서 “박근혜 대통령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낳고 나아가 극심한 좌우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이 시급한 현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건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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