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을 결정하자 여론은 이념 지향에 따라 또 다시 둘로 쪼개졌다. 보수 측은 친북 성향의 통진당 해체를 ‘헌법 수호’로 규정한 반면, 진보 측은 초유의 정당해산 선고를 ‘민주주의 후퇴’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헌재 결정 직후 논평을 내고 “통진당 해산은 반국가 이적정당에 대한 대한민국 헌법수호 기관의 엄중하고 실효적 조치로서 헌정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밝혔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방종은 자유의 적이라는 교훈을 통진당의 해산결정을 보면서 재확인했다”며 “19일은 헌정질서가 바로 선 날”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반해 진보단체들은 헌법재판관 8명의 일방적 찬성으로 통진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헌재의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규탄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헌재가 헌법이 보호하는 정당활동을 제약함으로써 한반도에서 냉전과 매카시즘이 부활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집권세력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정당과 소수당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정당해산을 악용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이번 헌재의 판결은 위험하다”며 “통진당 전체를 즉각 해산해 위험을 제거해야 할 시급성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시민들도 그간 통진당의 친북 행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비판의 날을 세웠으나 헌재가 정당해산까지 강행한 것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회사원 김모(37)씨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해치는 사상은 자유를 행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사회 통념을 보여주는 조치”라며 헌재 결정을 두둔했다. 대학생 안성태(24)씨도 “북한의 인권침해와 독재세습 체제에 눈감은 통진당은 이미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며 “앞으로 통진당원들의 선거 입후보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다양성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회사원 황성현(38)씨는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성과로 탄생한 헌재가 민주화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며 “유권자의 헌법적 권리가 무참히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주부 신모(53)씨는 “통진당의 노선에는 결사 반대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여러 색깔을 가진 정당은 존재할 수 없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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