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알코올 농도 면허 취소 수준

17일 오후 11시 10분쯤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일대를 순찰하던 동작경찰서 교통안전계 김영길 경위와 최원산 경사의 눈에 김모(60ㆍ여)씨가 몰던 흰색 카렌스 한 대가 들어왔다. 1차선을 주행하던 이 차량이 미세하게 좌우로 왔다갔다 하며 전형적인 음주운전 패턴을 보였던 것. 김 경위는 즉시 사이렌을 켜고 “도로 오른편으로 차를 세우라”고 김씨에게 수 차례 경고했다. 김씨는 경찰 지시대로 차를 세우는가 싶더니 따라 선 순찰차에서 김 경위가 내리자 갑자기 전력으로 도주했다. 순찰차와 김씨의 한밤 추격전이 시작됐다.
김씨는 현충원 앞 삼거리부터 경찰에 붙잡힌 상도터널 사거리까지 왕복 6~8차선 도로 3.5㎞가량을 시속 60~70㎞로 내달렸다. 김씨는 경찰 추격을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등 아찔한 곡예운전도 서슴지 않았다. 역주행 과정에서 차선을 바꾸다가 마주 오던 SUV 차량의 오른쪽 앞부분을 살짝 들이받기도 했다. 김씨가 다른 차량들을 피하면서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광란의 질주’를 목격한 운전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김 경위는 무전으로 상도지구대에 상황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다. 상도지구대는 근처 순찰차 4대를 동원, 예상 도주로인 상도역 사거리와 상도터널 사거리를 차단했다. 김씨는 도주를 시작한 지 20여분 만에 상도터널 사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의 음주측정에서 김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13%가 나왔다. 0.1% 이상이면 운전면허 취소와 1년간 면허 재취득 금지 처분을 받는다. 동작서는 김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인들과의 송년회에서 청하 3병 가량을 마시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차가 쫓아와 겁이 나서 차를 세우지 못했다”며 “다른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려 죄송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음주운전 전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카레이서 못지 않은 운전실력을 보여 놀랐다”면서도 “아무리 운전이 능숙해도 술을 마셨으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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