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다른 아이들'

앤드루 솔로몬 지음ㆍ고기탁 옮김

열린책들ㆍ1권 872쪽 2권 760쪽ㆍ각 2만2,000원

“클린턴이 태어났을 때 간호사들 중 한 명이 울음을 터뜨리면서 ‘오, 정말 유감이에요. 왜 하필 당신이죠? 당신처럼 친절한 사람도 없는데’라고 하더군요. 나는 ‘우리면 안 될 이유도 없잖아요?’라고 대답했어요.”

장성한 키가 90㎝밖에 되지 않는 클린턴 브라운 3세의 어머니 셰럴은 아들이 태어났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클린턴 3세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네 친구들은 180㎝이기 때문에 네가 맥주 두 잔을 마시는 것은 그 친구들이 네 잔을 마시는 것과 똑같다”고 조언하면서도 아들의 사생활에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았다. 술집 앞에 주차된 클린턴 3세의 차를 발견하고 아들의 음주운전을 걱정했지만 술집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3통의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부모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클린턴 3세는 청소년 시절 메릴 린치 법무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 졸업 후 아메리카 캐피탈 매니지먼트 코퍼레이션 뮤추얼 펀드에 정식 채용됐다. 그의 부모는 “클린턴을 지금의 그로 만들기 위해 뭘 했냐고요? 그에게 사랑을 줬어요”라고 명료하게 말했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캐서린과 그의 어머니 데어드레.
자폐인 크리스토퍼와 그의 아버지.

미국의 소설가 겸 언론인인 앤드루 솔로몬이 2012년에 쓴 책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 번역됐다. 발간 당시 미국에서 전미비평가협회상과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책’ 등 각종 상을 휩쓴 책은 동성애자, 청각장애인, 소인(왜소증), 신동, 다운증후군ㆍ자폐증ㆍ정신분열증 질환을 가진 아이, 강간으로 잉태된 아이 등 남과 다른 자녀를 길러야 했던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10년에 걸쳐 300가구가 넘는 가족과 4만 쪽이 넘는 분량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두 권으로 된 한국어 번역서는 각각 872쪽과 760쪽에 달한다. 책은 방대한 분량만큼 구체적이고 꼼꼼한 사례로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눈에 보이는 차이’(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 가족을 인터뷰한 1권에서 저자는 흔히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특징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는 부모를 닮는 ‘수직적 정체성’을 갖지만 다른 한 편 더 넓은 범위에서 부모와 다른 ‘수평적 정체성’을 갖는데 어느 가정에나 존재하는 이 차이가 장애라는 가면을 쓰면 ‘다름’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책은 다소 “극단적일 수 있는” 이 차이(장애)를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올바른 육아방법을 곱씹어 보게 한다.

‘보이지 않는 차이’를 다룬 2권은 더욱 매력적이다. 2권에 나오는 첫 사례는 신동 자녀를 둔 부모의 양육을 그린다. 저자는 중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랑랑과 그 부모를 다루며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재능을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문제 역시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문제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장애아동의 부모는 아이의 작은 성취에도 기뻐하지만 랑랑의 부모는 더 높은 성취를 위해 아들을 혹사시켰다는 점에서, 어쩌면 신동자녀를 둔 부모의 양육이 더 어려울 수 있고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앤드루 솔로몬의 책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자폐증, 소인증, 청각장애 등 자녀의 '보이는 차이'와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 신동 등 '보이지 않는 차이'를 대하는 부모의 깨달음을 전한다. 소인 클린턴 브라운 3세. 트레일러 캡처

책은 심지어 범죄도 하나의 정체성일 수 있다고 말한다.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콜롬바인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딜런 클리볼드는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학생이 12명을 사살하고 자살한 이 사건은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아이들이 중범죄를 일으킬 것이라는 선입견을 깼다. 저자는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들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왕따를 당해왔을 뿐 더러 심적으로 기댈 곳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같은 상황이라고 누구나 총기를 난사하지는 않지만 범죄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정한다면, 그리고 이 같은 정체성을 가진 학생을 가정과 학교에서 미리 교육한다면, 콜롬바인 총기난사와 같은 끔찍한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1권 첫 장과 2권 마지막 장의 소제목은 각각 ‘아들’과 ‘아버지’다. 청소년 시절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아버지에게 힐난을 들어야 했던 저자는 집필을 마치는 시점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게이 아버지를 둔 미래의 내 아이들이 놀림감이 될까” 걱정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장애인, 범죄자, 트랜스젠더 등 차이를 가진 이들도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소 예외적인 사례로 채워진 책이지만 보편적인 자녀를 둔 부모의 양육에도 유효한 책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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