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가능성 질문에 희망적 답변
美, 쿠바와 국교 정상화 실행 과정서 인권문제 해결 전제 않을 것도 밝혀
오바마 내년부터 쿠바 봉쇄 해제 국무부, 테러지원국 명단서 제외 검토
반세기 넘는 적대관계를 청산하기로 한 미국과 쿠바가 수교 작업 과정에서 조만간 정상끼리 상대국을 교차 방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쿠바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인권문제 해결을 전제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ㆍ쿠바 관계정상화 발표 하루만인 18일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미국 방문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카스트로 의장의 미국 방문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그러나 “카스트로 의장이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장 그런 스케줄은 없다”면서도 “고위 당국자가 양국 관계 정상화 작업을 맡을 것이라고 대통령이 암시했기 때문에 대통령 방문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바마가 가고 싶어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약간 농담조로 “쿠바에 대해서는 다른 많은 미국인들처럼 그도 기후가 좋고 즐길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기회만 있다면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또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미얀마를 방문한 예를 들어 시민의 자유가 제약되고 인권침해 문제가 있는 국가와도 정상간 상호 방문이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이들 국가 지도자에게 보편적 인권을 더욱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쿠바가 최근 정치범을 석방한 사실 등을 지적하며 인권문제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도 했다. 내년 1월 말 쿠바 수도 아바나를 방문해 이민문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정상화의 후속 조치들을 논의할 로베르타 제이콥슨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바 방문 기간에 인권 문제들도 논의되겠지만 외교관계 복원의 직접적인 조건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권을 발동해 당장 내년 1월부터 쿠바에 대한 각종 봉쇄 조치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저항에 맞서 광범위한 행정권을 사용해 여행, 무역, 금융거래 제한 등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완화할 방침이다. 백악관은 최근 몇 달 간 대통령 권한으로 쿠바와 무역, 금융거래 제한을 어느 정도까지 완화할 수 있는지 검토해왔으며 금수조치의 범위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광범위한 행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 상무부 등 관계부처는 미ㆍ쿠바 관계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후속조치들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농산물 수출, 은행 계좌 개설 등과 관련된 일련의 규정들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며 상무부도 미국 기업들이 건축 및 통신 장비를 쿠바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국무부는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6개월 정도 걸릴 이 작업 끝에 쿠바가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빠진다면 그 동안 쿠바의 전세계 무역, 은행 거래를 막아온 중요한 장애물이 제거되는 셈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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