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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세상에 음악 만의 경계는 없다... 이미 시작된 근원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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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세상에 음악 만의 경계는 없다... 이미 시작된 근원적 변화

입력
2014.12.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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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저널리즘 정체성 위협하는 '디지털 퍼스트' 콘텐츠 환경 변화

2014년을 정리하고 있다. (‘정리’라니) 어감이 꽤 이상하지만 습관적으로 올해의 베스트 음반을 뽑고 올해의 이슈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아마 25일 전후로 여기저기서 그야말로 쏟아져 나올 것이니 굳이 한 마디 더 보태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입장에서 올해 가장 중요했던 몇 가지 일을 언급하고 싶다.

올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연초에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였다. 이 길고 두꺼운 보고서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디지털 퍼스트’다. 무엇보다 디지털에 맞게 사고하고 그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만들라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이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정체성을 위협한다고도 이해할 수 있겠다.

웹 소설의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내게 중요했던 일 가운데 하나다. 웹 소설은 포털사이트와 모바일을 통해 편당 몇 백 원의 가격으로 유통되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연말에 여러 웹 소설 서비스가 각각의 특화한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와 웹 소설이 음악과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2000년 이후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아이튠스의 등장이 꼽힌다. 아이튠스가 음악 생태계를 바꿨다는 뜻이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계기로 돌아보면 유튜브의 등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다. 다만 당시에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가 음악 산업에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앞으로 플랫폼이 단일하게 통합되리라는 얘기를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종종 들었다. 방송 분야에서는 ‘N스크린’으로 불렸고 음악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보통 ‘홈 네트워크’ 등으로 불렸다. 각종 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이 이런 식의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는데 여기서 경쟁하는 건 애플이나 삼성 외에 아마존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정도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경쟁이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의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변화들은 모두 디지털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독립된 영역에서 생태계를 이루던 특정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새로 출시되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온라인 기능이 음악 환경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새로 나온 스마트폰이 음악 시장에 타격을 주게 된다. 이 맥락에서 나는 음악 비평과 음악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평이나 저널리즘을 자신이 다루는 산업 분야의 흥망성쇠와 연관해 언급한다. 음악시장의 흥망성쇠와 음악 저널리즘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관점이 무용해질 것이라 본다. 웹 소설의 성장은 작가와 작품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흔든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퍼스트 정책은 독자의 글 읽기 습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고 그 덕분에 기자나 칼럼니스트의 글쓰기 방식도 바뀔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그저 몇 개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것이다. 삶 자체가 바뀌고 있다. 그래서 2014년 이후의 삶은 그 이전의 삶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무엇’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를 정리하면서 나는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또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 중이다. 올 한 해가 다사다난했으나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여러 가지로 팍팍한 세상이다. 겨울이 유난히 길지도 모르겠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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