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靑 문건 유출 숨기려 허위 보고서 작성한 것 드러나
미행說 문건 허위로 최종 결론… 박 경정에 명예훼손 적용 검토도
지난 5월 청와대가 확보했던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서’는 박관천(48) 경정이 자신의 문건 유출 범행을 숨기기 위해 거짓 내용으로 작성한 ‘허위 보고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경정에 대해 무고죄까지 추가로 묻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기봉)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박 경정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문서 은닉과 무고 혐의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경정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작성한 각종 동향 보고서 등 청와대 문건 10여건을 지난 2월 경찰로 복귀하면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 사무실로 반출해 숨긴 혐의로 16일 검찰에 체포됐다. 박 경정은 라면 박스 두 개 분량의 문서를 분실 사무실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정보분실 소속 한모 경위에 의해 복사돼 동료 최모(사망) 경위에 의해 세계일보 측에 유출됐다. 검찰은 이 중 10여건 정도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박 경정은 지난 4월 세계일보가 청와대 행정관 비리 의혹을 보도한 후 문건 유출자로 자신이 의심을 받자 반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직기강비서관실 경찰관과 대검 수사관 등이 문건을 훔쳐 유출한 것처럼 꾸민 ‘문건 유출 경위서’를 작성,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경위서가 문건을 절취한 유출자를 처리해 달라는 등 사실상 징계 요청의 진정서에 가깝다고 보고, 박 경정에게 무고죄를 적용키로 했다.
검찰은 또 박 경정이 경위서를 작성하기 앞서 직속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문건 유출에 대한 상의를 했다는 의혹을 감안해 조 전 비서관의 공모 여부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박 경정 신병 처리를 한 후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박 경정이 작성한 ‘비선 실세 정윤회 측의 박지만 미행설’ 문서의 내용을 100% 허위로 최종 결론내리고, 박 경정에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씨가 처벌 의사를 밝혀야 한다.
문건에는 경기 남양주시의 한 카페 대표의 아들이 오토바이를 탄 미행자로 등장하며 박 경정이 전직 경찰로부터 이 내용을 들었다고 돼 있지만, 박 경정은 오직 ‘오토바이를 타느냐’만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검찰 조사에서 전직 경찰은 “박 경정이 전화해 와 카페 대표 최모(71)씨의 아들(50)이 오토바이를 타는지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해서 타지 않는다고만 전했다”고 진술했다. 최씨의 동생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형은 정윤회 이름도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경정이 미행설이 처음 시사저널에 보도된 3월 23일 이후 문건을 작성해 박지만 EG회장의 측근 전모씨를 통해 문서를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박 경정은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해 도봉경찰서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문건이 공식 보고서 형식을 갖춘 것도 아니어서 애초에 박 회장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서는 완전한 허위의 만들어진 스토리로 언제 작성했는지, 박 경정이 박 회장 쪽에 문서를 주기 전에 시사저널 기자에게 미행설을 제보했는지 여부는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 경정이 허위의 미행설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배경에 또 다른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서 작성과 전달을 직접 지시한 사람이 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