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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사정 합의 없이 노동시장 구조개편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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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사정 합의 없이 노동시장 구조개편 안 된다

입력
2014.12.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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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2일 산하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5대 의제별 14개 세부과제를 확정한 데 이어 오늘 전체회의에서 ‘기본 원칙과 방향’을 합의해 공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합의문 초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제동이 걸렸다. 합의문 초안은 노사정위 전문가그룹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고요건 완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정부와 사용자 측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는 게 한국노총의 주장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편은 노사정위에서 향후 논의할 세부과제를 확정하는 데만 두 달이 넘게 걸릴 정도로 당사자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노사정위가 5개 기본원칙을 제시하며 ‘공정ㆍ효율을 제고하는 유연안전성’이란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쓴 것도 노사 양측이 각각 주장해온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합의문의 세부내용에서는 “노동시장의 기능적 유연성 제고”에 방점에 찍혀 있다는 게 한국노총의 판단이다. 노동계는 “근로계약 해지 및 근로조건 변경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대목도 해고 및 근로조건 변경을 보다 쉽게 하려는 취지로 보고 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노동계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와 사용자 측의 주장대로 개편의 방향을 명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최저임금과 사회안전망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방안은 원론적 언급에 그쳐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합의문의 세부내용을 둘러싼 논란보다 심각한 것은 신뢰의 문제다. 노사정위나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다는 네덜란드 바세나르협약 등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이해당사자간 상호신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열린 대화도, 대타협도 끌어낼 수 없다. 더구나 양대 노총 가운데 민주노총은 아예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동계를 협상테이블로 끌어 들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최경환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앞질러 ‘정규직 과보호’ 주장을 펴며 여론몰이에 나서니 신뢰가 쌓일 리 만무하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와 관계없이 당초 방침대로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일 태세라고 한다. 한국노총이 계속 협의할 뜻을 밝히고 있는 마당에 강행 방침을 흘리는 것은 정부가 애당초 ‘대타협’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의미가. 시간이 촉박하다지만 노동계가 등을 돌릴 경우 개혁은 더 어려워지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커질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어떤 방안이든 노사정위 협의를 거쳐야 정책을 더욱 충실하게 하고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사정 모두 어렵사리 마련된 대화의 장을 섣불리 깨트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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