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장학금 지원...溫누리 프로젝트도 자리 잡아
지난달 11월 19일 우즈베키스탄 수르길에서 날아온 생후 9개월 된 여자아이 나르기자와 4세 남자아이 보부르벡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가스공사 사회공헌팀 박현남(43) 대리는 이날 공항에서 처음 만난 두 아이의 창백한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이 아이들은 가스공사와 분당서울대병원 초청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에 왔다. 부모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낯선 이국 땅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 모습에 박 대리는 가슴 한 켠이 시렸다. 자신도 두 아이의 엄마라 이역만리 타국까지 아픈 아이를 안고 찾아온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박 대리는 “아이들의 아픈 심장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국내 최고 권위자 최정원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나르기자는 지난달 말 수술을 받고 심장 기능이 회복돼 곧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보부르벡은 폐에도 이상이 있어 추가 수술이 필요했다. 심장에 이어 폐 수술까지 받아 차도가 더뎠지만 의료진의 노력으로 지난 12일 결국 귀국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출국 전 분당서울대병원이 마련한 환송회 자리에서 아이의 부모는 가스공사와 의료진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가스공사는 2012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과 협력해 저개발국의 심장병 어린이들을 국내에서 치료해주는 ‘글로벌 의료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이라크 아이들을 초청했지만 올해 내전으로 인한 어려운 사정 때문에 이라크 아이들은 한국에 오기가 불가능해졌다.
대신 전문 의료인력과 진료시설이 부족하고 의약품 구하기도 어려운 우즈벡 수르길로 눈을 돌렸다. 수르길은 가스공사가 2008년부터 국내기업들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국영 석유가스공사(UNG)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스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역이다.
가스공사는 현지 병원이 파악한 심장병 어린이 20여 명 중 수술이 시급한 두 명을 일단 초청했다. 이런 선행은 우즈베키스탄 언론에도 보도되며 현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가스공사는 앞으로 다른 아이들도 순차적으로 치료해줄 계획이다.
아픈 아이들이 국내에 머무는 동안 분유는 물론 보호자가 먹을 음식까지 세심히 챙긴 박 대리는 “돌아간 아이들의 눈망울에 다시는 눈물이 고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회사 업무를 하면서 가슴 벅찬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 이외에도 가스공사는 ‘글로벌 펠로우십’ 사업을 통해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가스공사가 진출한 15개 국가 유학생 5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세계 최대 빈곤국가 중 하나인 모잠비크에 학교 설립 및 학습기자재 제공, 영화 ‘맨발의 꿈’ 주인공들인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의 국내 전지훈련 지원 등도 가스공사가 글로벌 사회에 보내고 있는 ‘온정(溫情)’의 일부다.
국내에서도 가스공사의 사회공헌 활동은 정평이 났다. 3년 전 ‘온 세상을 따뜻하게 살게 하자’라는 의미의 ‘온(溫)누리 프로젝트’를 사회공헌 브랜드로 선정한 뒤 에너지 복지증진을 위한 ▦온누리사랑, 공익개선과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온누리 희망, 지역사회와 세계시민의 협력체계구축을 위한 ▦온누리 어울림,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온누리 나눔의 4대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9월 본사가 이전한 대구에서의 온누리 프로젝트에도 가속이 붙었다. 지난 12일 대구 동구 율하동에 ‘달님 어린이 공원’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전했고, 연말까지 어린이병원 인프라 구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구 동서시장과는 자매결연을 맺어 임직원 3,400여 명이 한 마음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앞서 올 10월에는 경북 경산시 남매지공원에서 장애우들의 재활의지를 북돋기 위한 ‘행복 걷기대회’를 개최했고, 독거노인 가구 등을 위해 노사가 합동으로 연탄을 배달하며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대구를 비롯해 전국 15개 사업장 인근 고교 및 대학생 228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가스공사는 이들의 1년간 학비로 총 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온누리 사업은 단순지원에 머무르는 사회공헌 사업이 아니라 수혜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추진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성숙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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