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강남구 주장, 대승적으로 수용" 법적 분쟁·앙금 여전해 순탄찮을 듯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규모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에 대한 토지보상 방식에 합의해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법적 분쟁 처리 등에 대한 이견이 여전해 사업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구룡마을 토지보상을 토지주들에게 현금으로 주는 ‘수용방식’으로 전면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토지보상 방식을 놓고 맞고발 하는 등 극한 대립을 펼치다 결국 시가 구의 주장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이건기 행정2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거주민의 생활 안전을 지키고 열악한 주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구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구룡마을 화재사고를 계기로 정치 논쟁보다는 거주민 보호가 시급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앞서 시는 과도한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강남구가 주장하는 수용방식에, 일부를 땅으로 보상하는 환지방식을 더한 ‘혼용방식’을 주장해왔다. 구는 그러나 혼용방식이 일부 토지주들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시는 내년 상반기 구룡마을의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목표로 최대한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개발계획 수립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시와 구가 수년간 개발방식 논쟁을 벌이는 사이 구역지정 후 2년간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구역 지정이 해제된다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구룡마을은 지난 8월 4일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됐다.
이 부시장은 “구룡마을 개발 이익이 현지 공공시설 설치, 거주민 복지 증진,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거주민 재정착에 쓰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이 토지보상 방식이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고발을 취하하지 않는 등 앙금은 여전해 향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을 ‘대승적 차원’이라 표현한 시와 ‘당연한 결과’라며 사업지연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구의 입장 차도 여전하다. 당초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공동 발표하려던 이날 기자회견도 세부 발표문에 합의하지 못해 결국 이 부시장과 신 구청장이 시간차를 두고 별도로 진행했다.
신 구청장은 특히 기자회견에서 “구룡마을 개발사업의 원활한 재추진을 위해 일부환지 방식을 주장하던 시 공무원은 관련 업무에서 배제시켜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서울시 공무원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2년여 간 행정력이 낭비된 것을 책임지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며 “만약 검찰에서 무혐의로 밝혀지면 나도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구는 7월 시 전ㆍ현직 공무원 3명과 SH공사 관계자 2명 등 총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마지막 남은 강남의 판자촌으로 2011년 서울시가 개발 방침을 발표하며 개발 논의가 본격화했으나, 시와 구의 의견 차로 수년째 개발사업이 표류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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