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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축구 감독 쇼크’로 본 승부조작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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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축구 감독 쇼크’로 본 승부조작 잔혹사

입력
2014.12.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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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대표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일본축구협회 유튜브 화면캡처
일본 축구대표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일본축구협회 유튜브 화면캡처

일본 축구계가 하비에르 아기레(56·멕시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승부조작 스캔들에 시끌시끌하다. 아기레 감독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스페인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 의견서에 2010-201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종전에서 벌어진 승부조작 사건의 주요 피의자로 등장했다. 아기레 감독은 사라고사 사령탑이던 지난 2011년, 팀의 2부 리그 강등을 피하기 위해 최종전 상대팀 레벤테 측에 돈을 건낸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기레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에 일본 축구협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검찰의 수사 경과를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지만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회 개막을 불과 20여일 남겨 두고 있어 "당장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日 아기레 감독 교체하나)

일본 교도통신은 아기레 감독이 기소될 경우 재판이 4∼5년 동안 진행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아기레 감독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될 경우 최고 징역 4년까지도 선고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승부조작 사건은 발생 때마다 전세계 축구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 이번 사례처럼 팀 성적을 위한 승부조작은 물론 스포츠 도박 및 폭력조직 연루 등 원인도 다양하다.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승부조작 사례들을 정리해봤다.

●유럽 축구계를 흔들어 놓은 '칼치오폴리'

세계 축구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승부조작으로 꼽히는 사건은 2006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를 발칵 뒤집어 놓은 '칼치오폴리'다. 당시 이탈리아 전통 명문 클럽 유벤투스는 루치아노 모지가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2004-2005, 2005-2006 시즌 우승 기록을 박탈당했고, 2006-2007 시즌 승점 9점 감점 및 세리에B(2부 리그)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밖에도 AC 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명문 구단들이 승점 30점이 감점된 채 2006-2007 시즌을 치렀다. 이에 앞선 2004년에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터진 승부조작 스캔들로 연루 심판이 징역 29개월 및 축구계 영구 퇴출 징계를 받았다.

●동남아·중국 축구의 침체 불러온 승부조작

승부조작은 아시아 축구의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1970년대까지 아시아 축구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동남아 축구의 몰락의 시작 역시 승부조작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980~90년대 스포츠 도박과 연계된 승부조작이 성행하며 프로축구의 기반이 서서히 무너졌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부킷잘릴 국립경기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부킷잘릴 국립경기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과거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했던 김호(70)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은 "현역 시절 동남아 원정을 갔을 때면 승부조작 브로커들의 접근이 있었다"며 "지금처럼 조직적 형태의 승부 조작은 아니었지만 소규모의 도박들이 승부 조작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프로축구 역시 대규모 불법 도박과 연계된 승부조작으로 끊임 없이 신음했다. 지난해 중국축구협회는 10년 전인 2003년 상하이 선화가 우승을 차지하던 과정에서 승부를 조작한 사실을 발견, 2003 시즌 우승팀 자격을 박탈하고 당시의 구단 임원 및 소속 선수 등 33명을 영구 제명했다.

●아직도 승부조작 그늘서 벗어나지 못한 K리그

K리그 역시 승부 조작의 그늘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국내 축구계를 휘몰아친 승부조작 파문의 여파는 컸다. 국가대표 출신 김동현과 최성국, 염동균 등 간판급 선수들을 포함해 전·현직 프로축구선수 59명이 검찰에 기소됐고, 승부조작의 온상이 된 컵대회가 폐지됐다. 사태 전후로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윤기원과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정종관, 상주 상무를 이끌었던 이수철 감독이 연이어 자살해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승부조작 사태 이후 K리그는 자정 노력을 거듭했지만 급격한 인기 하락을 체감했다. 2011년 까지 1만 명 선을 유지하던 경기당 평균 관중은 2012년 7,157명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뒤 올해까지 8,000명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K리그 챌린지 관중 기록까지 더하면 그 수치마저 큰 폭으로 떨어진다.

최성국이 지난 2011년 5월 강원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K리그 워크숍에서 자신에게 쏠린 승부조작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성국이 지난 2011년 5월 강원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K리그 워크숍에서 자신에게 쏠린 승부조작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월드컵도 도마에…“승부조작 의혹은 현재진행형”

지난해 2월 유럽 공동 경찰기구 ‘유로폴’은 “전세계적으로 680여개 축구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있었다”며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경기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포함돼 있어 또 한 번의 파장을 예고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이지리아 대표로 참가한 오게니 오나지(22)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승부조작을 요청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당시 “오나지는 옐로카드 한 장을 받을 경우 4만 파운드 (약 6,900만 원)를, 페널티 킥을 내주는 파울을 저지르면 8만 파운드(약 1억 4,000만원)를 주겠다고 했다”며 구체적인 조건까지 밝혀 설로만 돌던 ‘월드컵 승부조작’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승부조작 제의 거절한 오나지)

“승부조작의 위험은 언제 어떻게 닥칠 지 모른다”고 경고한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자국 팀과 리그에 대한 정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며 “축구 단체들은 지도자 및 심판 관리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지금보다 더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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