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송금제한 등 대폭 완화 美, 농업·통신업체 등 수혜
쿠바 명물 럼주·시가 수출 늘고 美 눈치로 더뎠던 석유개발도 날개
54년 전까지 쿠바인들은 미국 쌀을 먹었고 미국인들은 쿠바의 카지노와 나이트클럽에서 여흥을 즐겼다. 쿠바산 니켈과 석회암이 뉴올리언스 항구로 향했고 노스다코타의 콩이 아바나항에서 하역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선언에 따라 50여년 전 활발했던 양국의 경제 교류도 되살아날 전망이다.
미국은 농업과 여행업, 에너지 생산업 등이 수혜를 입는다. 미국쌀생산자협회는 당장 쿠바 혁명 이전 수준인 연간 40만톤의 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쿠바행 크루즈 항로와 관광 인프라 등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츠펠드 캐리비안 베이신 펀드 주가는 국교 정상화 발표가 있은 17일에만 주당 1.97달러에서 8.78달러로 28.9% 폭등했다. 지난해 정부 허가를 받고 쿠바를 방문한 미국 여행객은 약 17만명이었다.
무역액 급증도 예상된다. 양국의 연간 무역액이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미국의 쿠바 수출액은 지난해(3억6,000만달러) 보다 10배 이상 많은 연간 4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수 조치로 현재 대미 수출액이 ‘0’달러인 쿠바는 한 해 58억달러를 미국에 수출하게 된다.
교역 봉쇄 해제에 따라 미국에서의 쿠바 송금액 한도도 1인당 연 5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상향된다. 지금까지 쿠바 송금액은 연간 20억달러로 추산되다. 쿠바의 재정 지원자였던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저유가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 송금액 한도 상향은 쿠바 경제에 단비나 다름없다. 쿠바 방문 미국인이 400달러 상당의 쿠바 물품을 산 뒤 귀국할 수 있어 쿠바의 명물인 럼주와 시가도 호경기를 맞을 전망이다. 금융 정상화에 따른 해외 투자자 급증도 쿠바 경제로선 호재다.
지지부진했던 쿠바 석유 개발도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쿠바 북부 해안선을 따라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국제 시추업자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개발을 미뤄왔다.
미국 통신업체에 쿠바는 ‘기회의 땅’이 될 듯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현재 쿠바 인구의 27%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국제 통신업계는 쿠바가 국제 입찰을 통해 사업자들을 선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팀들도 호재로 여기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활약 중인 쿠바 선수들 대부분은 밀입국업자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정착했다. 가장 몸값이 높은 23세 즈음에 쿠바를 탈출해 미국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 활동하고 있다. 국교 정상화로 미 프로야구팀들은 쿠바의 유망주들을 큰 제한 없이 16세 즈음에 돈을 덜 들이고 미리 계약할 수 있게 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