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는 지난 10월 교수와 학생, 직원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총장후보자 1, 2순위를 뽑아 교육부에 임용제청을 했다. 한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 두 달이 지난 16일 교육부는 “후보자에 대해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재선정해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부적격 사유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경북대 교수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굴욕적 사건”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총장 자리가 비어있는 국립대학은 벌써 4곳이다. 한국방송통신대, 공주대, 한국체육대도 같은 사유로 총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 상태다. 공주대의 경우 1순위 후보자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도 묵묵부답이다. 당시 행정법원은 “처분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의견 청취도 하지 않았다”며 교육부의 잘못된 점을 분명하게 적시했으나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립대에서 총장후보자 2명을 올리면 1순위자를 임명하는 것은 오랜 관례다. 개인적인 비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서 교육부가 제청을 거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학 내에선 교육부가 사법부의 판결까지 무시하는 데는 청와대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한 국립대 교수는 “교육부 고위관계자가 ‘교육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해결하려면 청와대로 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경북대 총장후보자의 경우 2004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회원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성명서에 서명을 한 이력이 있었고, 방통대 총장후보자는 2009년 이명박 정부 규탄 교수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방통대 총장후보자는 “총장 선거가 끝난 뒤 청와대에서 시국선언 참여 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정황들로 보면 청와대가 총장후보자의 정치성향을 문제삼고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청와대가 국립대 총장후보자들이 진보성향 인사라고 해서 퇴짜를 놓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대학 총장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겠다는 발상은 군부독재 시대 때나 있을 법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자치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태의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 좌천 인사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누가 봐도 대통령의 정상적인 통치행위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청와대가 국립대 총장 인사에까지 시시콜콜하게 개입하는 것은 지금까지 벌어진 인사난맥상의 문제점만 더욱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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