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시절의 불편한 기억 털고 감독·최고참 선수로 다시 만나
프로야구 10구단 KT의 신규입단 선수 기자회견이 열린 18일 경기 수원구장. 조범현(54) 감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9명의 대표선수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스나이퍼’ 장성호(37)였다. 프로야구 개막 D-100일을 앞두고 신생 팀의 각오를 밝히는 자리였다.
조 감독과 장성호가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2009년 KIA 시절 이후 처음이다. 장성호는 1996년 해태에 입단해 프로야구 최장 기록인 9년 연속 3할을 기록하는 등 국내 최고의 왼손 교타자로 활약했다. 조 감독은 2007년 6월 KIA 배터리코치로 부임했다가 그 해 10월 사령탑에 올랐다. 그런데 어느 날 장성호가 원정경기 숙소에서 늦은 귀가로 적발됐다. 이후 장성호는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돼 전력 외로 구분됐다. 한 번의 실수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이라고 여긴 장성호는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결국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그러나 한화와 롯데를 거치면서도 설 자리를 잃은 장성호는 롯데 2군에서 뛰던 올 시즌 KT와의 경기 때 조 감독을 찾아가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 때 “기회가 되면 다시 같이 해 보자”는 조 감독의 한 마디로 그간의 앙금은 눈 녹듯 사라졌고, 결국 이 날의 동반 석상을 만든 것이다.
네 번째 프로 유니폼을 입고 어느덧 KT에서 최고참이 된 장성호는 “다른 건 없다. 막내답게 무조건 들이 받겠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통산 2,071안타를 기록 중인 장성호는 양준혁(2,318안타)에 이어 통산 안타 2위에 올라 있다. 한화와 롯데에서 제대로 선수 생활만 했더라도 이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원래 양준혁 선배의 기록을 깨는 게 최종 목표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KT이기에 그렇다”면서 “나보다 후배, 개인 기록보다 팀을 위해 뛰겠다”고 밝혔다.
조 감독도 리더로 장성호를 꼽으며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고참으로서 팀을 좋은 분위기로 잘 이끌어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이날 회견에는 김사율(34), 박기혁(33), 박경수(30) 등 자유계약선수(FA) 3인방과 김상현(34), 이대형(31), 배병옥(19), 용덕한(33), 정현(20), 윤근영(28), 이성민(24), 장시환(27), 정대현(23) 등 특별지명 선수 9명 등 KT의 유니폼을 입게 된 13명이 참석했다. 조 감독은 “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감안해 뽑은 선수들”이라면서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특별지명 선수와 FA까지 영입하면 팀이 어느 정도 갖춰질 것으로 기대했다. 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스프링캠프를 잘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T는 10번째 구단이라는 역사적 팀”이라며 “우리는 신생팀이고 창단팀인 만큼 패기 있고, 나아가서는 팬들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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