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직원들 부려먹고 공사대금 후려치기 등 예사
‘퇴직 간부가 취업한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허드렛일 시키기, 공사 대금 후려치기, 통행세 걷기….’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거대 공기업들이 민간기업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갑의 횡포’를 부려오고 계열사들을 부당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혐의로 한국전력, 도로공사, 코레일, 가스공사 4곳에 과징금 총 154억4,5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과징금 106억원을 물게 된 한전의 행태는 단연 독보적이다. 한전은 2009~2013년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자사 임직원들이 대거 근무하는 전우실업에 225억원대 일감을 몰아줬다. 전우실업은 전체 임원 4명과, 일반 직원의 17%(173명)가 한전 출신인 업체다. 한전은 2008~2012년 남동발전 등 5개 발전 자회사를 시켜 자사 계열사인 한전산업개발과 수십 차례 수의계약(225억원 규모)을 맺게 하는 수법으로 부당 지원하기도 했다. 재벌기업에서 하는 ‘통행세’도 답습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자회사와 한전은 2008~2012년 상품 구매 거래 중간 단계에 한전KDN을 끼워 넣어 총 거래금액(857억원)의 10%를 부당 이득으로 챙기게 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을 불러다 허드렛일을 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한전은 2011~2013년 경기 양평군 지역본부 사무실에 협력업체 직원 9명을 상주시키면서 돈 한푼 주지 않고 단순 타자 입력, 고객민원전화 응대 등 한전 업무를 대행시켰다. 한전은 또 협력업체와 계약 80건에서 일방적으로 공사대금 일부를 회수하거나, 원래 주기로 한 계약금액보다 감액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공사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자사 퇴직자들이 만든 업체 26곳에 수의계약을 통해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174억8,500만원 규모)를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공사는 임의로 공사를 쉬는 기간을 설정한 뒤 거래업체에 일은 그대로 시키면서도 비용은 일절 청구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협력업체에 공사 지연보상금 등(약 3억4,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계약금 9억3,000만원을 일방적으로 깎은 사례도 적발됐다. 코레일은 2009~2013년 계열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 헐값으로 자사 소유 부지를 주차장 사업 용도로 쓰게 내준 것으로 드러났고, 공사대금 후려치기 사례도 수십 건 적발됐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조만간 사건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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