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공격수는 아니지만 친화력으로 팀 조직력 올려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성적은 17일 현재 8승8패(승점 26)로 4위다. 삼성화재와 함께 프로배구 V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시즌 초반 아가메즈(29ㆍ콜롬비아)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고, 3라운드에 들어서야 힘겹게 5할 승률을 맞췄다.
현대캐피탈은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도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보인다. 아가메즈를 대신해 케빈(25ㆍ프랑스)이 합류한 뒤 2005~06시즌부터 V리그 2연패를 달성할 당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2위 대한항공(9승7패ㆍ승점 29)의 김종민(40) 감독은 17일 현대캐피탈에 1-3으로 진 뒤 “외국인 선수가 강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다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아가메즈가 빠진 뒤 조직력이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케빈은 삼성화재 레오(24), OK저축은행 시몬(27ㆍ이상 쿠바)과 같은 특급 선수는 아니다. 상대 블로킹을 압도하지도 못하고 공격 점유율도 낮다. 하지만 범실이 적고 서브가 좋다. 국내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도 강점이다. 이는 현대캐피탈이 V리그 2연패를 달성할 때 주역이었던 루니(32ㆍ미국)와 비슷하다.
김호철(59) 현대캐피탈 감독은 “2006년과 2007년 뛰었던 루니도 공격 점유율이 20% 정도였다. 그 때는 측면에서 박철우(29ㆍ삼성화재)와 후인정(40ㆍ한국전력), 센터에서 이선규(33ㆍ삼성화재)와 윤봉우(32ㆍ현대캐피탈)가 잘 해주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대한항공전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주진 못했다. 서브 리시브가 다소 흔들리며 빠른 플레이를 펼치기 힘들었다. 케빈(23점)도 공격 성공률이 39.58%에 그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3-1 승리. 문성민(28)이 57.14%의 공격 성공률로 케빈과 같은 23점을 올렸고, 윤봉우(8점)와 최민호(26), 박주형(27ㆍ이상 5점)이 고른 득점을 보태며 대한항공을 제압했다.
김 감독은 “케빈은 70~80개를 때릴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면서 “올해도 우리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좀 더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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