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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처음부터 끝까지 '박 경정 작품' … 의도·배후 규명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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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처음부터 끝까지 '박 경정 작품' … 의도·배후 규명 숙제

입력
2014.1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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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플레이'로 보기엔 무리, 정확한 배경·진위 수사 필요

미행설 문건 형식상 공문서와 달라 개인적으로 만들어 전달했을 가능성

문희상(왼쪽에서 네 번째) 비상대책위원장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비선실세 국정농단·청와대 외압 규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 외압 의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문희상(왼쪽에서 네 번째) 비상대책위원장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비선실세 국정농단·청와대 외압 규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 외압 의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검찰이 17일 ‘박지만 미행설’ 또한 박관천(전 청와대 행정관) 경정이 작성한 ‘동향 문서’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밝히면서 ‘정윤회 문건’에 이어 실체가 의심되는 문건들이 박 경정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100여쪽의 청와대 문건 반출에 이어 모든 의혹의 시작과 끝이 박 경정의 손으로 귀결되고 있다. 드러난 정황상 박 경정의 1인 플레이가 정국을 뒤흔든 셈이 되는데, 한 명의 경정이 이런 대담한 일을 벌였다고 보기엔 의도와 배후가 의문시되고 있다.

‘미행설 문건’ 공식 문서는 아냐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에게서 제출 받은 ‘미행설 문건’은 형식을 보면 정식 공문서는 아니라고 한다. 3, 4쪽으로 구성된 이 문건은 박 회장을 미행한 인물과 미행 사실을 전파한 사람의 이름이 실명으로 적시되는 등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지만, 형식이 통상의 공문서와 다른 점을 볼 때 보고와 결재 과정을 거친 공식 보고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 있을 때인지 경찰로 복귀해서인지 등 작성 시기와,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얘기를 듣고 문서를 만들었는지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 경정의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미행설 문건은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와 경찰로 복귀한 뒤 개인적으로 만들어 박 회장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박 회장 내외에 대한 동향 점검이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서라면 업무에 해당하지만, 박 경정이 경찰로 복귀한 뒤 문건을 작성했다면 개인적인 의도가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청와대에 있을 때 작성한 문건이라고 해도 상관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개인활동으로 볼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 경정이 중심 인물인 것이 맞다”며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 경정의 정보에 대한 과도한 욕심에서 문서들이 탄생했고, 이것이 이번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과 관련해 검찰이 최초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을 소환해 조사중인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시스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과 관련해 검찰이 최초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을 소환해 조사중인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시스

문건 진위 여부는 수사 더 필요

검찰은 ‘박지만 미행설’ 문건에 미행자나 미행설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등장하는 카페 대표 부자(父子), 전직 경찰 등을 소환한 결과, 박 경정이 작성한 문서 자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차적인 판단이다.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문건과 정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문건 모두 사실이라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가 한창이고, 결론을 속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동향을 정리한 문서인 만큼 박 경정이 상상으로 만들어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감찰수사로 잔뼈가 굵은 박 경정의 경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유출 혐의로 사법처리 임박

검찰은 앞서 ‘정윤회 문건’ 등 유출된 청와대 문건이 박 경정이 반출한 것으로 확정했다. 보충 조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미 객관적인 증거가 상당히 확보됐고 박 경정 역시 반출 사실을 시인해 최종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경정이 문건을 기자에게 건넨 당사자는 아니지만, 청와대 문건 반출 혐의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으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문건 유출의 배후로 지목한 ‘7인 모임’ 역시 실체가 없으며 오히려 박 경정이 유출된 문건의 경로를 잘못 파악해 작성한 경위보고서가 청와대로 전달이 되면서 빚어진 의혹이라는 결론도 내렸다. 박 경정이 경위보고서를 작성해 보내지 않았다면, 의혹 역시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과 관련해 검찰이 최초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을 소환해 조사중인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시스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과 관련해 검찰이 최초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을 소환해 조사중인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시스

문건 작성ㆍ반출에 의도 있었나

결국 지난달 ‘정윤회 문건’에 대한 세계일보 보도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그 동안 제기된‘정씨와 십상시(청와대 비서진과 행정관들) 회동설’‘7인 모임 배후설’‘박지만 미행설’등이 모두 박 경정의 작품으로 결론 나고 있다. 그러나 박 경정이 어떤 의도에서 이런 문건들을 작성하고, 반출했는지는 검찰이 밝혀야 할 숙제이다. 윗선이나 배후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검찰은 문건 내용이 허위라는 결론에 이를 경우 역으로 어떤 의도로 문건을 작성했는지 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박 경정에게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사건의 과정을 본다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 면면이 행정관 출신의 경정 직급 경찰관이 독자적으로 진행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조 전 비서관과의 연관성이 의심된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의 직속상관으로서 유출 문건을 가지고 있던 세계일보 기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박 경정으로부터 문건 유출 사실을 보고받고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역할은 아직 불투명하다. 검찰 수사를 통해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 박 경정이 의도를 갖고 박 회장에게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 회장은 이 문서를 측근인 전모씨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은 박 경정이 먼저 전씨를 통해 전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사실상 경질돼 불만이었다고 하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박 경정 측 변호인은 취재를 거부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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